막상 생각해보면 행복추구에 대한 보장이란 별로 대단한 일도 아닌데 말입니다. 자, 행복에 대한 보장, 그것은 대단한 것이지요. 하지만행복이라는 횡재를 추구할 수 있게 허용해 준다는 보장이라고요? 한낱 복권을 살 수 있는 기회에 불과합니다. - P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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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영화 촬영 배경을 특정 국가로 할 거라면, 그 나라 사람들이 말할 거리가 있는 게 조금 더 그럴듯하고, 조금 더 실감 나고, 조금 더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이 영화 대본에서처럼 마을 사람들이 자기 나라 말로 말하는 장면으로 곧장 바꾸는 대신에요. 단순히 그들이 입에서 일종의 소리를 낸다는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무언가를 말하게 내버려두면 품위 없어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들이 어쩐지좀 기묘하기는 해도 미국인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는 아시아 언어로말하고 있는 척하도록, 그저 외국인 억양이 심한 영어로 무슨 말인지 아시다시피, 칭총거리는 영어로 말하게 하는 것조차 안 됩니까? -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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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바로 그수상한 비린내가 나는 사람들이었으니까요. 우리는 피시 소스를 트란실바니아의 시골 마을 사람들이 흡혈귀들을 물리치기 위해서 마늘을 몸에 두르던 식으로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는 정말로 수상한 비린내가 나는 것은 역겨운 악취가 나는 치즈라는 사실을절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저 서양 사람들과 경계를 설정하기 위해서였지요. 응유(凝)에 비하면 발효된 생선이 대체 뭐라고요. - P127

누가 존 F. 케네디한테 게일어를 할 줄 알고 더블린을 방문한적이 있느냐고, 혹은 매일 밤 감자를 먹느냐고, 혹은 레프리콘에 관한 그림들을 수집하느냐고 물어봤던가? 그럼 왜 ‘우리‘는 ‘우리‘ 문화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거지? 나는 여기서 태어났으니 내 문화는 바로 여기 있지 않나? (중 략) 그러니까 미국이라는 내 문화와 영어라는 내 언어를 빌어먹게도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확실해진 이후로 줄곧 그 남자의사무실에서 스파이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겉으로는 그저 평범하고 나이 많은 미즈 모리, 제 뿌리를 잃어버린 불쌍하고 별 볼일 없는 존재일 뿐이지만, 내면은 소피아에요.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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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흐르는 동안 내가 잊고 살았던 무언가, 이를테면 오랫동안 방치해두어 먼짓더미에 뒤덮인 어떤 책의 한 페이지가 비밀스럽게 열리는 기분이 들었다. 갈피에 사진 한 장이 끼워져 있는 책. - P17

그곳에서 나는 그저 온전한 나였고, 레나는 온전한 레나였으며, 우리는 온전한 우리였다. 그런 시간은이모가 시장에서 떨이로 사온 무른 산딸기나 살구로 만들어주던잼처럼 은은하고 달콤해서, 나는 너무 큰 행복은 옅은 슬픔과 닮았다는 걸 배웠다. - P40

생각하면 차례로 떠오르는 것들. 햇살 아래 부서져내리던, 구시가지 광장 한복판에서 떨어지는 분수의 물줄기. 테라스에서 음료수를 마시고 있으면 달콤함에 이끌려 날아오던 벌들. 초록으로 빛나던 여름 나무들. 오래된 건물의 벽을 달구던 열기. 고지를 모른 채상승 곡선만을 그리며 고조되던 감정의 음률. 수신호를 하기 위해한 팔을 허공으로 뻗은 채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고 미끄러지듯 달리거나, 스스로 어른인 줄 알고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홀로 뒷짐지고 걷던 G시 곳곳의 거리들. 카를 마르크스나 프리드리히 뵐러처럼 유명한 사람들의 이름을 달고 있던 - P106

나는 도시를 조금씩 좋아하게 되었으며, 그곳이 내 자리라고 느끼기 시작했다. 마침내 우리 가족도 행복에 거의 가까워져 있는 것 같았다. 그건 언니가 떠오르면 죄책감이 느껴질 만큼의 행복이었다. 죄책감이 가슴을 쿡쿡 찌를 때마다 속으로 언니에게 말을 걸어야 했을 만큼의 행복. "언니, 사람의 마음엔 대체 무슨 힘이 있어서 결국엔 자꾸자꾸 나아지는 쪽으로 뻗어가?"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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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샬럿은 상상력에 기대는 일이 거의 없었다. 관찰이 훨씬 나은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세상을 구성하는 부품은 IN임없이 움직이고 그 수 또한 셀 수 없이 많으므로, 샬럿은 자신의개인적인 삶에서 복잡한 결정을 내릴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게다가 선택은 대체로 양자택일 아닌가. 머핀에 버터를 더 바를까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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