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서로 멋진 이야기들을들려주고, 이어 그 이야기들을 위해 목숨을 내놓지. 그들은 그로써 신화가 현실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자유, 존엄성, 형제애, 인간으로서의 명예, 우리 또한 이 숲에서 동화를 위해목숨을 내놓고 있는 거야."
"유럽의 아이들은 장차 학교에서 이 이야기를 외우게 될 거야!" 타데크 흐무라가 확신을 가지고 말했다. - P85

"내가 하나 만들어낼 거야. 우리가 함께 하나 만들어내자.
너하고 내가 우리 둘만이 그 말을 알고 있게 될 거야. 우리 둘만이 그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될 거야. 아무한테도 그 단어를말해주지 않을 거야. 그 단어를 우리만의 비밀로 간직하자. - P9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해해주길 바란다. 내가 저들에게서 멀어지며 급히 걸음을 옮긴 그 모든 시간에 엄마는 가버린 게 아니라는 걸, 내 영혼은 몇 시간 전에 이미 집으로 살그머니 돌아와 대체로 여덟시 전에 자고 일찍 일어나는 아빠가 잠들어 있는 방으로 살며시 들어갔다는 걸, 그리고 내가 몹시 사랑하지만 그만큼 두려워하는 이 다정한 남자를 만지고 맥박이 뛰는 그의 관자놀이에 손을댄 채 나 같은 사람에게는 너무 멀게 느껴지는 그의 꿈을 느낀다는 걸. - P25

하지만 달이 보고 웃는 대상은 우리가 아니다. 우리 외로운 인간은 너무 작고, 달이 우리를 조금이라도 알아차리기에 우리 삶은 너무 순식간이다. - P26

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한 번에 몇 년씩 내 관심을 끄는 것만 잘했다. 내 관심사는 책과 아이들뿐이었기에, 삶의 나머지 부분은 얼마간 멀어져 있었다. 내 아이들, 인류 문화가 길러지고 있는 두 배양접시가 무한히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었지만, 엄마가 된다는 것은결코 그렇지 않았다. 애초에 성性의 구분으로 떠맡겨진 듯한 것은뭐든 모욕으로 느껴졌기에 그 역할을 하고 싶지 않은 것도 있었다. 나는 옷을 사주지도 않을 것이고, 저녁을 만들어주지도 않을 것이고, 일과를 관리하지도 않을 것이다. 부모들끼리 아이들의 놀이 약속을 잡는 일은 단연코 없을 것이다. 나에게 엄마가 된다는 것은한 달 동안 아이들을 데리고 유럽으로 모험을 떠나는 것, 아이들에게 로켓을 쏘아올리는 법이나 영광의 순간을 위해 수영을 가르치는 것을 의미했다. 나는 아이들에게 읽기를 가르쳤지만, 아이들은자기 점심은 자기가 만들어 먹을 수 있어야 했다. 아이들이 원하는만큼 아이들을 안아주겠지만, 그것은 그저 인간으로서 하는 행위였다. 남편은 내가 제공하지 않는 빈 부분을 메워주는 사람이어야 - P9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켜진 창문을 통해 들여다보는 가족 수족관이다. 때때로 나는 음악없이 추는 느린 춤 같은 싸움을 구경하는 침묵의 목격자가 된다.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 양상은 참으로 놀랍다. 엉망인 상태로 지내는 모습, 거리로 솔솔 흘러나오는 맛있는 요리 냄새, 어느새 일상의 장식을 은근슬쩍 치고 들어온 명절의 장식. 나는 1월내내 어느 집 벽난로 선반에 놓여 있던 크리스마스 장미 꽃다발이 서서히 쇠락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꽃은 시들어 쪼글쪼글해졌고, 물은 녹색 구정물로 변했다. 그 폐허 속에서 막대에 붙은 커다란 산타만은 여전히 환한 웃음을 지은 채 즐거워 보였다. 창문이하나 또하나 다가오고, 그 속에서 텔레비전의 빛이 만드는 푸른 안개나 저녁식사인 피자 위로 몸을 숙인 부부가 정지화면으로 잡힌다. 화면은 내가 지나갈 때까지 그 모습을 보여주다가 슬며시 망각 속으로 사라진다. 나는 물이 어떻게 모이는지 상상한다. 물은고드름 길이로 흘러내려, 영롱한 한 방울이 될 때까지 잠시 멈추었다가, 너무 굵어져 더 매달려 있지 못하게 됐을 때 낙하한다. - P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간은 곧 달에 갈테고, 그러면 달도 끝장이 나겠지. 그는 피우던 담배를 모래 위로 던졌다. 물론 이 모든 걸 위대한 사랑이 해결할 수 있을 테지, 하고 그는 냉소적으로 생각하며 죽고 싶다는 만만찮은 욕구를느꼈다. 때때로 고독이 고약한 고독이 아침이면 그렇게 그를 엄습하곤 했다. 사람을 숨쉬게 해주기보다는 짓눌러버리는 고독이. - P14

누구에게서도 편지가 오지 않았으며, 친하게 지내는 사람도 없었다.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끊으려는 그 불가능한 일을 하려 할때 사람들이 언제나 그러는 것처럼 그 역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끊어버렸던 것이다. - P15

그는 자신의 손 안에서 커져가는 공허감, 혼란스러우면서도 압도적인 어떤 갈망, 만지고 싶은, 솟구쳐오르게 하고 싶은, 만들어내고 싶은 욕구와 싸웠다. 점차 그의전 존재가 그 자신도 정확히 알 수 없는 무엇인가를 제멋대로일만큼 강압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가 류트를 쓸어보았다. 다음 순간 그는 시간 관념을 송두리째 잃고 책상 앞에 서서 서투른 손가락으로 되는 대로 현을뜯고 있었다. - P60

하지만 주위의 침묵은 매순간 무시무시하게 커져갈뿐이었다. 침묵은 집안을 가득 메우고 계단을 내려가 방문들을 모두 열어젖히고 벽을 지나 아이들의 귀에까지 들릴 것 같았고, 귀를 쫑긋 세우고있던 하인들의 얼굴에는 이미 어리석은 조소가 떠올라 있을 것같았다. 그녀는 재빨리 일어나 방문을 잠그고는 구석에 놓인 중국식 장롱으로 달려갔다. 주머니에서 열쇠를 찾아 장롱을 열고류트를 꺼냈다. 소파로 돌아와 앉은 그녀는 무릎 위에 악기를 올려놓고 현을 뜯기 시작했다. - P6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지 지금 우리가 디그니타스를 찾아가지 않으면 아이들은 머지않아 그의 생이 다하는 날 슬픔과안도를 동시에 느낄 테지만, 이 방식을 택하면 그저 슬퍼하기만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할아버지를 사랑 넘치고 재밌고 엉뚱하며 사탕을 잘 나눠주는 만만한 ‘하지‘로 기억하는 것이 브라이언과 내게는 몹시 중요하다. - P6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