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내 느낌이다. 최소한 내 생각에는 이 모든 일이 기본적으로 일종의 장난처럼 일어났음에 틀림없다. 그들은 회의를하려고 모여 앉아 서로 머리를 맞댔을 것이다. 물론 그들은 학생이 아니라 성숙한 어른이며 더욱이 그 순간 어느 누구도 그들을 방해할 수 없는, 훈장이 달린 위엄 있는 제복을 입고 시거를 문 명령권자들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들 중 한 명이 가스에 대한 아이디어를 냈을 테고 다른 한 명은 목욕탕을, 세 번째 사람은 비누를, 네 번째 사람은 꽃들을 덧붙였을 것이며 이 - P122

런 식으로 여러 아이디어가 계속 나왔을 것이다. 어떤 아이디어는 한참 동안 토론을 하며 수정한 반면 다른 아이디어는 사람들이 곧장 즐겁게 받아들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벌떡 일어나며(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벌떡 일어났을 것 같다.)서로 손바닥을 마주쳤을 것이다. 최소한 나에게는 이 모든 것이 아주 생생하게 그려졌다. 명령권자들이 아이디어를 고안해 낸 후에는 많은 열성적인 손들이 야단법석을 떤 후에 현실화되고 그렇게 드러날 성공에 대해 누구도 의심을 품지 않았을 것이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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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그에게 다가와 그가 얼마나 텅 빈 존재인가를 확인하고, 다 확인한 다음에는 어딘가로 가 버린다. 그다음에는 텅 빈, 또는 더욱더 텅 비어버린 다자키 쓰쿠루가 다시금 혼자 남는다. 그뿐이지않은가. - P290

그러나 여기서는 그냥 혼자인 것만이 아니다. 이중적인의미에서 혼자이다. 그는 이방인이고 주위 사람들은 모두쓰쿠루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이야기를 한다.
그것은 그가 일본에서 늘 느끼던 것과는 또 다른 종류의 고립감이었다. 이거 그렇게 나쁘지 않은데, 하고 쓰쿠루는 생각했다. 이중적인 의미에서 혼자라는 것은, 어쩌면 고립의 이중 부정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이방인인 그가 여기서 고립된다는 것은 완전히 합리적인 일이다.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자신은 정말 올바른 장소에 있는 것이다. 그는 손을들어 올려 웨이터를 불러서 레드 와인을 한 잔 시켰다. - P307

다자키 쓰쿠루에게는 가야 할 장소가 없다. 그것은 그의인생에서 하나의 테제 같은 것이었다. 그에게는 가야 할 장소도 없고 돌아갈 장소도 없다. 예전에 그런 게 있었던 적도 없고, 지금도 없다. 그에게 유일한 장소는 ‘지금 이 자리‘이다. - P419

아무튼 만약 내일 사라가 나를 선택하지 않으면 난 정말로 죽어 버릴 거야. 그는 생각했다. 현실적으로 죽든지, 또는 비유적으로 죽든지, 어느 쪽이든 그리 큰 차이는 없다. 그렇지만 아마도 그는 이번에야말로 확실하게 숨을 거둘 것이다. 색채 없는 다자키 쓰쿠루는 완전히 색깔을 잃 - P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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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남은 것은 체념을 닮은 조용한 사색뿐이었다. 그것은 색채가 없는 잔잔한 바다처럼 중립적인 감정이었다. 그는 텅 비어 버린 오래되고 큰 집에 혼자동그마니 앉아오래되고 거대한 괘종시계가 시간을 새기는 울적한 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입을 다물고 눈길 한번 떼지 않고 시곗바늘의 움직임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얇은 막 같은것으로 감정을 몇 겹이나 감싸고 마음을 텅 비워 낸 채 한시간마다 착실하게 늙어 갔다. -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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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죽었더라면 좋았을지도 몰라. 쓰쿠루는 자주 그런생각을 한다. 그랬더라면 지금 여기 있는 세계는 존재하지않았다. 그건 매혹적인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 있는세계가 존재하지 않게 되고, 여기에서 현실이라 부르는 것들이 현실이 아니게 된다는 것. 이 세계에 그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로 자신에게 이 세계가 존재하지않는다는 것.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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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시아 마르케스,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를 필요로 하지않았던 콜롬비아의 소설가.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현실이 아닌가? 아니, 애당초 현실과 비현실을 구분짓는 벽 같은 것이 이 세계에 실제로 존재하는가?
벽은 존재할지도 모른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니, 틀림없이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불확실한 벽이다. 경우에 따라, 상대에 따라 견고함을 달리하고 형상을 바꿔나간다.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 P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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