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들처럼 사랑했다. 사각 얼음들처럼 그렇게 미끄럽게, 곧녹아 없어질 것처럼. 분명 지금 이 순간이라는 것을 인지하고있으면서도, 음식을 먹고 한 이불을 덮고 서로를 만지면서도노스탤지어를 느꼈다. 이 순간이 영원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아는 것처럼, 마치 젖은 음악비누를 손에 쥐고 있는 것처럼. - P46

그날 우리는 헤어짐을 자꾸 미루는 바람에 나중에는 아예알람까지 설정했다. 알람이 울리면 그땐 정말 단호한 안녕을하자고 느끼기로는 삼십 분씩 담긴 물컵을 누가 홀랑 엎지른것 같았고, 우리는 알람을 뒤로, 뒤로, 두 번이나 미룬 다음에야 겨우 자리에서 일어났다. - P62

비밀 통로를순식간에 통과해버린 말. 나는 그의 말을 혀 위에 올리고 얼음처럼 천천히 녹였다. 내 혀가 거기 있음을 알려주는 온도.  - P68

그저 서로가 목적지인 채로. - P121

생의 마지막에 들을 음악을 남겨두듯이사랑하는 것이 가능할까. 내 사랑의 총량이 얼마인지 알지 못하고, 지금 내가 어디쯤 서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는데. 설령안다고 해도 나중을 위해 사랑을 남겨둘 수 있나? 사랑은 바라봄과 풍덩 사이의 낙차, 그 힘으로 나아가는 것 아닌가. 나중 같은 것이 있을 리 없고, 모든 것은 현재형의 파도뿐. - P155

고작 1킬로미터를 남기고 역주행을 했던 내 마음을 이미지나쳐서 잔상만 남은, 그러나 여전히 휘발되지 않은 순간에다시 놓이길 바라는 사람을 잠깐 스친 무언가를 잊지 못해 흐름을 거스르는 사람을 지난밤 꿈속으로 되돌아가려는 사람을.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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