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계속 앞으로 나아가며 우리 몸뿐만 아니라 의식에 작용한다. 시간은 우리가 숙면하는지, 아니면 눈을 부릅뜬 채 경계하고 있는지 전혀 개의치 않는다. 잠을 자지 않고 돌아다니는지, 야간 경비에 나선 ‘보충병‘이라 불리는 신병처럼의지와는 상관없이 저절로 감기는 눈꺼풀을 억지로 부릅뜨고있는지 전혀 개의치 않는다. - P11
베르타는 토마스와 마찬가지로 자기가 어떤 부류의 인간인지, 어떤 부류의 여자인지, 그리고 미래엔 어떤 부류의 여자가될 것인지 어렸을 적부터 잘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 최소한 자기 인생에서는 자신의 역할이 조연이 아니라 주연이라는 사실을 추호도 의심해 본적이 없었다. 하긴 아무리 모든 사람의 인생이 유일한 것이라고 해도 자기 인생은 다른 사람이 거론할만한 가치가 없다는 사실을, 혹은 기껏해야 주목받을 만한 파란만장한 삶을 영위한 다른 사람을 이야기할 때 살짝 곁가지로언급될 만큼의 가치밖엔 없다는 사실을 태어나면서부터 잘 알고 있어서 자기 인생에서조차 조연으로 보일까봐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다. 저녁식사 이후 이어진, 혹은 잠을 이루지 못해 벽난로 옆에서 벌이는 심심풀이 잡담거리조차 되지 않을까봐 말이다. - P27
영어와 스페인어의 억양, 동사 변화, 문법, 악센트 등을 완벽하게 정복한 상태였다. 그뿐만 아니라, 프랑스어 역시거의 결점을 찾지 못할 정도로 완벽하게 구사했고 이탈리아어실력도 믿을 만했다. 옥스퍼드에 들어와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 실력은 비약적으로 발전을 이뤘다. 1971년 20살 나이로 대학 3학년이 되었을 땐 슬라브어에도 도전해보라는 설득에 넘어갔고, 덕분에 러시아어 역시 능숙하게 다루게 되었다. 더 나아가 폴란드어와 체코어 그리고 세르비아-크로아티아어까지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에 이르렀다.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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