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문화유산지구‘라는, 대체로 유대인들이 살지 않는지역에서 인기 있는 관광산업 콘셉트가 있다. 이 용어는 참으로 기발한 마케팅 작품이다. ‘유대인 문화유산‘은 전적으로 무해하게 들리고, 아마도 유대인들에게는 아주 조금 의무적으로들릴, 꼭 가봐야 하는 장소(아무튼 여기까지 왔는데 어떻게 안 가본단 말인가?)를 추천할 때 쓰이는 구절이다. ‘사망하거나 추방된 유대인들로부터 압수한 재산보다는 훨씬 나은 이름이다. 이런 장소들을 ‘유대인 문화유산지구‘라고 부르면 그 모든 성가신 도덕적 걱정거리 - 예를 들어 이런 ‘지구‘들이 애초에 왜 존재하는지 같은-는 선의의 안개 속에 증발한다. - P56
들어선 순간부터 스멀스멀 올라오는 ‘유대인 문화유산‘의 불편함을, 말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그 모든이른바 ‘선의‘에도 불구하고 무언가가 분명히 잘못됐다는 감각을 느꼈다. 하지만 그 순간 나의 유대인으로서의 진짜 문화유산이, 수세기 동안 쌓인 후성적 본능으로 이루어진, 나는 그저손님일 뿐이라고 일깨워주는 그 감각이 치고 들어왔다. 나는불편함을 삼키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 P69
첫 번째 아이가 말했다. "히틀러는 너희 눈이 전부 검은색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당시 내가 이 말에 무엇을 느꼈을지 지금은 여러 가지로상상이 가능하지만 그 순간에는 그저 당혹스러울 뿐이었다. 나는 그 주 내내 두들겼던 퀴즈볼 버저 위에 올라간 내 손을 상상하고는 정답을 말했다. "히틀러가 한 말은 다 개소리야." (중 략) 그날 밤 호텔 공중전화로 어머니와 통화하다가 불쑥 내뱉었다. "이해가 안 돼요. 전국 대회에 나온 애들이에요. 똑똑한애들이라고요! 그런데 히틀러한테서 정보를 얻고 있다뇨?" - P14
바보 취급을 당하면서 지속적인 긴장과 비틀린 자책으로 가득한 끔찍한 정신적 경험 속으로 슬로모션처럼 천천히 떨어져 내려가고 있었다. 그들은 타협과 순응이라는 오랫동안 지속되는 게임 속으로 이끌려 들어가면서 ‘살아도 된다는 허락‘이라는 가장 큰 상을 타내기 위해 아주 조금씩자신을 포기했다. 스포일러 주의: 그들은 그 게임에서 졌다.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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