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당장 다시 만나고 싶은마음뿐이지만-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올라가다보면 얄궂게 비꼬는 말과 부정적인 판단으로 가득했던저녁의 여파가 밀려드는 게 온몸에서 살갗으로 느껴지기시작한다. 심각한 상처도 아니고 고작 살짝 긁힌 생채기가느다란 바늘 천 개가 팔이며 목이며 가슴을 콕콕찔러대는 느낌 정도이지만 내 안의 어딘가, 이름조차붙일 수 없는 한구석은 머지않아 또 그런 걸 느낄 생각에움츠러들기 시작한다.
하루가 지난다. 그리고 또 하루 레너드한테 전화해야지, 다짐해보지만 몇 번이고 손을 전화기로뻗으려다가도 그만두고 만다. 물론 레너드도 똑같은심정이겠지, 전화가 안 오는 걸 보면, 행동이 되지 못한충동은 차곡차곡 쌓여 신경을 망가트리고, 망가진 신경은굳어져 권태가 된다. 복잡한 감정과 망가진 신경, 그리고마비된 의지까지 한 바퀴를 다 돌고 나면, 그제야 만나고싶은 마음이 다시 초조하게 올라오고 전화기를 향해 뻗는손은 마침내 동작을 완료한다. 레너드와 내가 서로를절친이라 생각하는 건 이런 주기가 일주일이면 돌아오기때문이다. - P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