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장 대기실에서는 포르투갈어만 들려왔다. ‘포르투게스라는단어가 들렸다. 이제 이 단어는 그에게 공포처럼 들렸지만, 무엇을향한 공포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는 랭 골목의 자기 침대에서 자고 싶었고, 분데스테라세와 키르헨펠트 다리를 걷기 원했으며, ‘절대 탈격‘과 『일리아스』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가 잘 아는 부벤베르크 광장에 서 있고 싶었다. 집에 돌아가고 싶었다. - P299
스스로를 다시 발견하기 위해 불러오려던 친숙한 사물들이 이제 그 스스로를 잃게 만든다는공포, 여기서도 아침 여명이 트는 리스본에서와 똑같은 일을 겪는다는 공포가 몰려왔다. 그러나 리스본 뒤에는 베른이 있었지만, 잃어버린 베른 뒤에는 더 이상 다른 베른이 없었으므로 지금 느끼는공포는 더 불안했고 무척이나 위험했다. 그는 단단하면서도 뒤로물러나는 듯한 바닥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가, 지나가던 사람과부딪혔다. - P306
"난 가끔 오빠의 영혼이 다른 그 무엇보다도 언어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했어요."
"오빠는 누군가 지나가다, 흘러가다, 흘러가 없어지다 등과 관련이 있는 단어를 말할 때마다 깜짝 놀랐어요. 지금 특히 기억나는단어는 ‘코헤르(correr: 흐르다)‘와 ‘파사르(passar: 지나가다)‘예요. 꼭 그단어들이 아니더라도 오빠는 말에 격렬하게 반응했어요. 말이 사물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듯이 이게 오빠를 이해하려는 사람이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점이었지요. 오빠는 잘못된 단어의 독재와 올바른 단어의 자유, 유치한 말 때문에 생기는 보이지 않는 감옥과시의 광채에 대해 말하곤 했어요. 오빠는 언어에 정신을 잃은 언어강박관념을 지녔던 사람이라 잘못된 단어 하나에 칼로 찔린 것보다 더 큰 상처를 받았어요. - P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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