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녀들의 집념과 순수함을 칭찬하는 데에는 뭔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구석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이유가 없으면 좋아해선 안 된다. 그런 식으로 들린다. 노력하니까 평가한다, 노력하지 않으면 평가하지 않는다. 그냥 귀여워서 팬이 됐어, 하는 편이 훨씬 순수하게 받아들여질 것 같다. - P138

가지이 마나코의 욕망의 대상은 과거 연인이나 동경하는연예인이 아니라, 자기 몸이다. 그래서 자유도 없고 남은 인생을거의 같은 장소에서 보낼지도 모르는 이상한 상황에도, 언제나 이렇게 여자의 향기를 진하게 발산하고 있는 게 아닐까. 자가수분하여 흐드러지게 핀 식물처럼. 사실 이성이 필요 없는 쪽은 누구보다 그녀 자신이 아닐까. - P143

가지이는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싶은 타이밍에자신을 위해 만들었다. 남자들의 컨디션이나 취향 따윈 상관없었다. 그래서 그녀의 요리는 악마적으로 맛있다. 계속하더라도 힘들지 않을 만큼, 요리라는 행위 자체를 즐겼다. 결혼을 하고 싶은 욕망이 강한, 미식가도 아닌 독신 남성에게 카레나 스튜가 아니라뵈프 부르기뇽을 만들어준 이유는 단순히 가지이 자신이 가장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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