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영이 그렇게 말하는 건 처음 들었다. 떨리는 목소리였다. 불안, 초조함, 두려움까지, 비록 부정적이기는 했어도 다양한 감정이 풍성하게 담긴, 통제되지 않는 목소리였다. 인공적이지 않았다. - P189
로봇이라기에는 얼굴 근육이나 몸동작이 너무 자연스러웠다. 표정에 통제되지 않은 듯한, 자연스러운 반가움과 기쁨이 가득했다. 사람이라기에는… 사람이 저런 일을 저렇게 오랜 시간 지치지 않고 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사람은 비싸다. 불투명한홀로그램보다 훨씬 더. 아무래도 ‘인공적‘이라는 단어를 없애든지, 뜻을 다시 규정해야 할 것 같았다. - P190
다정한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갑자기 들리는 바람에 연지혜는 화들짝 놀랐다. 이번에는 어지럼증을 염려하지는 않았고 그저 화가 치밀었다. SUV의 운영체제가 연지혜의 시선을 살피고있다가 궁금해한다 싶은 기색이 된 걸 알아차리고 끼어든 모양이었다. 이런 바보 같은 기능을 켜놓는 사람이 다 있네. 연지혜는 그녀에 앞서 차량을 이용한 승객을 속으로 욕했지만 겉으로는 "아이고" 하고 중얼거리기만 했다. "내가 묻는 말에만 대답해. 길지 않게. 먼저 말을 꺼내진 말고." 연지혜가 지시했다. [네, 그럴게요.] "그리고 사무적인 여자 목소리로 바꿔줘." [네, 알겠습니다. 이 정도면 괜찮을까요?] "그래."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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