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동면을 지속해야 겨우 살아남을 수 있던 시절은 다 잊은 봄날의 곰처럼, 아니면 우리가 완전히 차지할 수 있는 것이란 오직 상실뿐이라는 것을 일찍이알아버린 세상의 흔한 아이들처럼. - P93

그렇게 해서 나는 밧줄도 잡을 것도 없는 비탈길을 엉거주춤 균형을 잡아가며 내려왔다. 눈발은 전보다 더 세어져 있었지만 그래도 젖은 눈이라 앞사람이 밟고 지나간 뒤에는 그 발자국만큼 눈이 녹아 있었다. 그렇게 눈을 녹이는 것이었다. 붙들 것이 없다면그냥 자기가 걸어서. 이만하면 그래도 나쁘지 않고 무사한 안녕이아닌가. 골목을 다 내려온 나는 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내 찢었고꽃가루처럼 공중으로 뿌렸다. - P59

"아니 그렇지는 않았어."
"아니야, 한심했어." .
"아니 그렇지는 않았어. 그 정도는 아니었어."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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