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치곤키가 크며 다리와 발목이 굵다는 뜻이었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연한 갈색 머리칼은 잘만 관리하면 꽤 예쁠 것도 같은데 한번도 단정히 꾸민 모습은 보지 못했다. 그날도 흡사 세탁비누로 감은 다음 빗질을 잊은 것처럼 부스스했다. 게다가 그렇게 패션 감각이 없는 여자는 난생처음 봤다. 남성용 같은 플랫샌들에 옷맵시가 영 나지 않는 옅은 색 원피스는 튼실한 엉덩이와 커다란 가슴을 전혀 살려주지 못했다. 담갈색 눈은 너무 이마 쪽으로 올라붙었다. 얼굴이 길고턱이 각져서 옆모습이 나부죽했다. 내 생각에 그나마 괜찮은 건 그녀의 입이었다. 놀랄 만큼 크고 선이 예쁜 입은 표정이 풍부했다. - P22
헌드레즈홀은 아직도 팔리지 않았다. 아무도 그 저택을 살 만한돈이 없거나 의향이 없었다. 한동안 카운티 의회에서 그곳을 교사양성센터로 만든다는 말이 있었다. 그다음에는 버밍엄의 한 사업가가 사들여 호텔로 개조한다는 말이 언뜻 들렸다. 그러나 소문이 표면화되자 다 없었던 일이 되었다. 최근에는 소문도 좀 잠잠해지기시작했다. 아마도 헌드레즈홀의 외관 때문에 사람들이 흥미를 잃었을 것이다. 당연히 이제 정원은 도저히 손쓸 수 없을 만큼 수풀이우거졌고, 테라스는 잡초에 가려 보이지도 않았다. - P705
뺨의 붉은 기운은 가셨지만 그녀의 얼굴은 전체적으로 약간 핼쑥하니 피곤해 보였다. 나는 캐럴라인 어깨 너머로 부엌 식탁을 결눈질했다. 채소 더미는 깨끗이 씻겨 다듬어져 있었다. 그때 그녀의손이 눈에 들어왔고, 그 손이 얼마나 엉망인지 처음으로 깨달았다. 짧게 깎은 손톱은 갈라지고 손등의 울퉁불퉁한 마디는 벌겠다. 어쩐지 머쓱한 기분이 들었다.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사는 곱디고운손일 거라고 지레짐작했던 모양이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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