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부님 싸부님 1 - 이외수 우화상자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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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부님, 지금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나이까? 미물이 만물의 영장이라 생각하고 있는 인간들에게 가하는 일침...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국내작가 중 한분 이기에 최근 출판된 도서는 거의 읽어 보았고 이 책 역시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사실 많은 책을 읽기 시작한지는 얼마되지 않아 책을 통하여 만나보기 전에는 이외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지도 못했고 관심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의 작품을 하나하나 읽을수록 점점 매력을 느껴 빠져들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촌철살인의 작가라는 별명답게 그의 한마디 한마디 에는 정말 많은 것들이 담겨 있어 가슴속에 콕콕 박혀 오래도록 남는 것 같습니다.

모두 2권으로 이루어져 있는 사부님 싸부님은 강원도 두메산골의 작은 웅덩이에서 돌연변이로 태어난 하얀 올챙이가 바다로 가는 여정에 만나게 되는 다른 물고기들과의 대화가 담겨 있는 1권과 까만 올챙이 한마리가 하얀 올챙이를 싸부님이라 부르며 따라다니며 껶게 되는 이야기가 담겨 있는 2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화형식의 글이기에 페이지 수에 비해 글의 양은 많지 않아 부담없이 읽을 수 있어 한시간 정도면 1,2권을 모두 읽을 수 있는데 짧은 글속에 숨겨져 있는 삶에 관한 철학적인 이야기들로 읽은 후에도 정리가 필요한 도서였습니다. 올챙이의 생각과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물질만능주의를 비롯한 수없이 많은 인간군상들을 볼 수 있어 가슴속을 콕콕 찔러왔고 반성의 시간도 갖기도 했습니다.

읽는 동안 자연스럽게 미소를 짓게 만드는 짧은 글이지만 삶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뼈가 느껴지는 글과 광활한 여백으로 독자에게 물음을 던지는 것 같아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이 책 사부님 싸부님 1,2는 1983년에 첫 출간되었는데 3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 읽으니 여전히 현실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어 왠지 모를 슬픔이 몰려오기도 합니다. 책을 읽다보니 책속 가물치나 거머리처럼 애초에 말을 들어먹지 않게 태어난 종자이거나 지느러미를 잘라서 귀가 안들리는 물고기의 모습이 인간의 모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닌가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대여
부귀와 영화, 권력과 금력, 직함과 명예,
온갖 형이하학적 무늬들로 인생이 거창하게 장식되어져 있는
분들을 결코 부러워 말라.
그대들은 한평생 무엇을 바라고 여기까지 헤엄쳐 왔는가.
번쩍거리는 비늘과 우아한 지느러미
겉으로 보기에는 그럴듯도 하다만
영혼의 내장 속에 가득 들어차 있는 탐욕 뒤의
똥과 밥찌꺼기
양심이 썩는 냄새가 역겹기만 하도다.
어디로 시선을 두고 있는가.
가장 크고 값진 것은 그대 자신의 마음 안에 있는 것을. -26 page. 2권.

인간의 모든 불행의 시작은 욕심에서 시작된다고 하는데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끝없이 생겨나는 욕심으로 인해 자신 스스로 병들게 만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적당한 욕심이 있어야 발전도 있는 법이지만 욕심을 통제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일이 아니기에 병든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는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병들어 있는 것은 아닌지... 인간사에 대한 위트 넘치는 적절한 해학과 풍자로 이루어져 있기에 재미있게 읽으면서 저 자신을 뒤돌아 보기도 했고 인생의 많은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비교적 최근 출판된 ’하악하악’과 ’청춘불패’는 책에서 향기가 났었는데 이 책은 그렇지 않아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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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이야기 - 미래의 아이콘을 꿈꾸는 세계 청소년들의 롤모델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 (명진출판사) 5
짐 코리건 지음, 권오열 옮김 / 명진출판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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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실패와 좌절을 이겨내고 자신의 잠재력을 100% 이끌어내 호기심을 성공으로 바꾼 스티브 잡스 이야기...

최근 우리나라의 아이폰 출시로 인하여 더욱 큰 화두가 되고 있는 애플과 스티브 잡스... 애플의 신화는 관심을 가지지 않아도 한번쯤 들어 보았을 것인데 새로운 기술은 세계 최강이라 할 수 없지만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력 그리고 편의성은 저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최고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전공은 컴퓨터나 IT와는 전혀 상관이 없지만 이 분야에 관심이 많아 관련 도서나 잡지도 즐겨 읽고 있어 더욱 관심이 가는데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애플의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면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 꼭 사용해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더군요...

명진 출판의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 다섯번째 스티브 잡스... 지금까지 스티브 잡스에 대한 여러가지 정보들을 듣고 또 읽어왔지만 그의 인생을 전체적으로 알 수 있는 한권의 책을 읽어본 적은 없기에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책을 읽고 난 지금 조금 당황스러운 점은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유명한 인물이라 너무 자주 듣고 가깝게 느껴져 많이 알고 있다는 착각을 느꼈던 것 것인지 그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알고 있었던 것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들이더군요...

여러분들의 삶(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인생을 낭비하지 마세요. 도그마, 생각에 얽매이지 마세요.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여러분 내면의 진정한 목소리를 방해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여러분의 마음과 직감을 따르는 용기를 가지는 것입니다. 이미 아음과 직감은 여러분이 진짜로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나머지 것들은 모두 부차적인 것입니다.
-스탠퍼드 대한 졸업식 연설문 중. 302page.

일찍 성공한 대부분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오만함, 배려, 외고집 등으로 인하여 무리한 투자와 실패한 제품으로 궁지에 몰려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지만 실패를 아무 의미없이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의 기회로 삼았던 스티브 잡스의 열정은 정말 감동적이며 부럽기도 했습니다. 특히 자신을 쫓아낸 애플을 월급 1달러를 받고 다시 살려낸 이야기는 더욱... 스티브 잡스의 뛰어난 창의력은 그의 양부모의 따뜻한 사랑과 이해 그리고 배려로 부터 시작된 것이 아닌가는 생각도 드는데 미혼모에게 태어나 평범하게 성장했지만 호기심 가득한 열정과 굳은 의지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뒤흔드는 인물이 되었으니까요... 자신의 처지나 환경을 원망만 하고 자포자기 하여 좌절하지 않고 이러한 조건들을 기회로 삼아 성공한 이야기라 힘들어 하는 청소년은 물론 성인들까지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티브 잡스는 꼭 모범생이 아니어도, 좋은 대학의 졸업장이 없어도 그리고 가진 것이 없어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고 배경만을 너무 중요시 하는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너무 익숙해서 잘 알고 있다는 착각을 했었던 스티브 잡스... 이 책을 통하여 착각이 아닌 진정으로 그에 대해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님의 이야기를 다룬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에 이어 읽게 된 도서인데 출판의도에 맞게 청소년들이 읽으면 정말 큰 도움이 되는 내용이라 생각되기에 이 시리즈 도서를 대한민국의 모든 청소년들에게 적극추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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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 탐정이 되다 인형 탐정 시리즈 1
아비코 타케마루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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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하고 코믹한 탐정 미스터리... 

인형 탐정이 되다... 지금까지 많은 탐정추리소설을 읽어보았지만 인형이 탐정이 된다는 설정은 이 책이 처음이었기에 이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워 관심을 가지게 된 책입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살육에 이르는 병'의 작가 '아비코 타케마루'의 작품이더군요... 읽고나니 살육에 이르는 병과는 전혀 다르게 코믹한 추리소설이라 조금 놀라기도 했습니다. 제목을 보고 어떻게 인형이 탐정이 되는지도 궁금했었는데 복화술사 요시오에게 이 비밀이 숨겨져 있더군요. 바로 이중인격... 문득 '기시 유스케'의 '13번째 인격'이 떠오르기도 하는데(섬뜻한 이야기지요...) 무섭게만 느껴지는 이중인격이라는 소재를 재미있게 이야기로 풀어놓아 새롭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마리오를 상상하면 자연스럽게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가 생각났는데 성인이 된 지금도 아무도 없을때 인형들이 살아서 움직인다는 상상을 하면 정말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모두 4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체적인 내용이 이어져 있어 단편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더군요... 책속으로 들어가 보면 오무츠(오무츠가 기저귀라는 뜻이라는군요 ㅋㅋ)가 일하고 있는 유치원 크리스마스 파티에 요시오와 마리오가 공연을 하면서 처음 만나게 된 이들은 유치원에서 기르고 있는 토끼가 죽고 묻었던 죽은 토끼가 처참한 모습으로 발견된 사건의 해결을 시작으로 요시오가 공연하던 텐트 속에서 코믹마술사가 죽은 사건, 오페라 니벨룽겐의 반지 공연과 관련된 살인사건 그리고 TV방송에 출연한 요시오가 대기실에 둔 가방이 사라지고 누군가에 의해 처참하게 부서진 채 발견된 마리오의 사건까지의 이야기 전개가 이루어집니다. 똑부러진 성격의 유치원 교사 오무츠, 뛰어난 재능을 지녔지만 우유부단하고 소심한 성격의 복화술사 요시오 그리고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수 있고 너무 솔직한 성격인 인형 마리오.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는 이 세명의 인물들은 성격만큼이나 사건을 풀어가는 방식도 달라 흥미로웠는데 이 중 인형 마리오의 활약이 가장 눈에 띄더군요. 사건의 전개만큼이나 흥미로운 오무츠와 요시오의 사랑이 얽힌 관계 역시 재미있었는데 방해꾼 마리오의 거침없는 신랄한 말들에 저절로 웃게 되더군요...

새로운 사건이 전개될 때마다 사건을 추리해 보는 재미도 쏠쏠했는데 역시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고 그냥 지나쳐 버리는 순간순간에 진실은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정통 범죄 추리소설에 비하면 조금 어설프고 시시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유머러스함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니 만큼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볍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 인형 탐정 시리즈 다음 도서들 역시 기대되네요. 인형 탐정 시리즈에는 설명할 수 없는 매력이 숨겨져 있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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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닥터 - 제1회 자음과모음 문학상 수상작
안보윤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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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조된 기억, 날조된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들... 닥터 팽의 위조기억말살기... 

오프라인 서점이나 온라인 서점 상관없이 수없이 많은 책을 만나다 보면 작가도 생소하고 내용도 잘 모르지만 자신도 모르게 끌리는 책들이 있는데  이 책이 저한테 이러한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생각해 보면 자음과모음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의 영향을 받은 것 같긴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군요... 얼굴 생김새와 턱의 수염을 보면 남자인데 화장을 하고 있고 옷과 손톱을 보면 여자인 것 같은 전체적으로 매치가 잘 안되는 이상한 모습에 고양이 목을 쥐고 있는 표지와 오즈의 닥터(오즈의 마법사와 연관지어서...)라는 제목을 보고 판타지 소설이 아닌가는 첫느낌이 들었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저의 첫 느낌처럼 판타지적 느낌이 강하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판타지 소설이 아닌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현실세계의 모습을 그대로 표현한 쪽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현실세계와 약물로 인한 환각세계를 왔다갔다 하는 구성이라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환각인지 정확하게 구분하기가 힘든데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야 어느정도 정리가 되었던 이 책의 내용은 제자 수연을 성추행했다는 모함에 빠져 한순간 모든 것을 잃고 법원의 판결에 따라 정신과 의사와 상담을 하게 되는 종수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정신과 의사가 아닌 자신이 만들어 낸 상상의 인물 닥터팽과 상담을 하게 되는데 닥터팽의 모습은 자신의 상상속에서 만들어지기에 책의 표지처럼 정말 매치도 안되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변태 성욕자까지... 닥터 팽이 상상속 인물이라는 것을 몰랐을 때에는 종수에 대한 모든 것들을 알고 있는 것이 궁금하기도 했는데 자신이 만들어낸 상상속 인물이기에 당연히 모든 것을 알고 있을 수 밖에 없더군요... 실종되었던 수연이 타버린 종수의 집 연탄광에서 발견되면서 또 하나의 진실이 밝혀지는데 정말 섬뜻하게 다가 왔습니다. 종수는 연탄광에 가까이 가지 못했는데 자신의 기억속에 자리잡은 두려운 진실로 인해 그랬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야기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수연... 수연의 이야기는 분량은 많지 않지만 종수가 아닌 제3자의 눈으로 종수를 볼 수 있다는 것과 보통의 친구들과는 다른 그녀의 내면의 감정을 통해 인간의 또다른 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수연의 이야기를 통하여 지금 우리나라 고등학교의 실상을 폭로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자네가 믿고 싶어 하는 부분까지가 망상이고 나머지는 현실이지. 자네가 버리고 싶어 하는 부분, 그게 바로 진실일세. -172 page.

이야기속 종수처럼 사람들은 간혹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로 인해 망상을 겪는 경우도 있는데 어떠한 사실에 대하여 부정하는 마음이 아주 강할 때 자신이 원하는 쪽으로 기억을 만들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처음 부분을 읽고 있을때 이야기가 연결되는 것 같지 않아 단편들을 엮어 놓은게 아닌가는 느낌도 살짝 들었지만 읽다보면 서로 분리되어 있는 이야기인 것 같으면서도 유기적으로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색다른 구성으로 인해 신선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구요. 읽고 나니 안보윤 작가의 역량이 느껴져 문학상을 받을만 하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더군요... 책의 마지막 부분에 실려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안달이 나고 병이 났다는 저자의 말과 문학평론가 정여울님과 저자 안보윤님의 인터뷰 내용이 인상깊게 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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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맨
크리스토퍼 이셔우드 지음, 조동섭 옮김 / 그책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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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견뎌야 하는 한 남자의 상실의 하루... 인간의 상실과 극복에 관한 이야기...

싱글맨... 영화는 아직 보지 못했지만 2009년 베니스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 작품의 원작이라는 문구에 관심을 가지게 된 도서입니다. 소설이면서 220여 페이지의 많지 않은 분량이기에 금방 읽을거라는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많은 시간이 걸렸는데 단순히 글을 읽는 것만으로는 책속에 담긴 많은 것들을 이해할 수 없었고 많은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다보면 많은 시간이 흐른 것처럼 느껴지지만(상실감으로 인한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느낌을 표현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색깔이 없는 표지도 이러한 감정을 표현한게 아닌가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알고보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조지라는 한 남자의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하루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감으로 육신은 살아 있으나 정신은 죽은 것과 마찬가지인 무기력한 하루를 살고 있는 조지는 동성애자인 자신이 사회와 어떻게 대면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갈등을 하게 됩니다. 지금은 동성애자에 대한 시선이 따갑지 않고 자연스러워 졌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심하지만 외국의 경우에는 게이바와 클럽도 많고 이들의 생활이 자연스럽다는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했습니다.) 이 책이 배경으로 하고 있는 1962년에는 쉽게 드러내기 힘든 부분이었을 것입니다.

잠에서 깨자마자 맞는 그 순간, 그때에는 ’있다’와 ’지금’이 떠오른다. 그리고 한동안 가만히 누운 채 천장을 쳐다본다. 이제 시선이 점점 내려오고 ’내가’가 인식된다. 거기서부터 ’내가 있다’가 ’내가 지금 있다’가 추론된다. -7 page.

이런 식으로 하루가 시작되는 조지는 집안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짐을 떠올리고 샬럿의 초대를 거절하고 강의를 마친 다음 도리스의 병문안을 갑니다. 한때의 감정으로는 도저히 그녀를 만날 수 없지만 얼마남지 않은 삶의 안타까운 마음이 들며 병원을 나오게 됩니다. 영문학 교수인 조지는 학교에 가는 길에 혼자 화를 내기도 하고 때로는 상념에 빠져들기도 하는 등 혼돈의 세계에 살고 있는데 대학 캠퍼스에서 아름다운 두명의 젊은이가 테니스를 치고 있는 모습을 보고 흐뭇하게 바라보고 욕망마저 느끼기도 합니다. 저녁이 되어 초대를 거절했던 친구 샬럿의 집을 방문해서 식사를 하고 그녀의 하소연을 잠깐 들어주고 돌아오는 길에 아끼는 제자 케니를 만나 술을 마신 뒤 함께 바닷가에 가게 되는데 케니를 통해 자신의 현실을 깨닫게 되고 상실의 아픔을 극복하고 다시 그의 삶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하루동안의 이야기 속에는 조지를 바라보는 여러 시선들이 등장하는데 퀴어(게이)라고 말하며 경멸하는 스트렁크씨, 조지를 이해하려고 하지만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는지는 알수 없는 스트렁크 부인, 조지와 하나의 남자를 두고 경쟁했던 도리스, 조지를 진정한 친구로 이해하는 샬럿 입니다. 문득 저 자신은 어떠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해졌는데 이해하려고는 하지만 진정으로 이해하지는 못하는 스트렁크 부인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아직 젊어 인생의 경험이 많지 않아서인지 솔직히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없어 진정한 감동을 느끼지 못했는데 옮긴이의 말처럼 10년 뒤에 읽으면 더욱 깊어진 맛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작품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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