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맨
크리스토퍼 이셔우드 지음, 조동섭 옮김 / 그책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연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견뎌야 하는 한 남자의 상실의 하루... 인간의 상실과 극복에 관한 이야기...

싱글맨... 영화는 아직 보지 못했지만 2009년 베니스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 작품의 원작이라는 문구에 관심을 가지게 된 도서입니다. 소설이면서 220여 페이지의 많지 않은 분량이기에 금방 읽을거라는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많은 시간이 걸렸는데 단순히 글을 읽는 것만으로는 책속에 담긴 많은 것들을 이해할 수 없었고 많은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다보면 많은 시간이 흐른 것처럼 느껴지지만(상실감으로 인한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느낌을 표현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색깔이 없는 표지도 이러한 감정을 표현한게 아닌가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알고보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조지라는 한 남자의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하루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감으로 육신은 살아 있으나 정신은 죽은 것과 마찬가지인 무기력한 하루를 살고 있는 조지는 동성애자인 자신이 사회와 어떻게 대면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갈등을 하게 됩니다. 지금은 동성애자에 대한 시선이 따갑지 않고 자연스러워 졌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심하지만 외국의 경우에는 게이바와 클럽도 많고 이들의 생활이 자연스럽다는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했습니다.) 이 책이 배경으로 하고 있는 1962년에는 쉽게 드러내기 힘든 부분이었을 것입니다.

잠에서 깨자마자 맞는 그 순간, 그때에는 ’있다’와 ’지금’이 떠오른다. 그리고 한동안 가만히 누운 채 천장을 쳐다본다. 이제 시선이 점점 내려오고 ’내가’가 인식된다. 거기서부터 ’내가 있다’가 ’내가 지금 있다’가 추론된다. -7 page.

이런 식으로 하루가 시작되는 조지는 집안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짐을 떠올리고 샬럿의 초대를 거절하고 강의를 마친 다음 도리스의 병문안을 갑니다. 한때의 감정으로는 도저히 그녀를 만날 수 없지만 얼마남지 않은 삶의 안타까운 마음이 들며 병원을 나오게 됩니다. 영문학 교수인 조지는 학교에 가는 길에 혼자 화를 내기도 하고 때로는 상념에 빠져들기도 하는 등 혼돈의 세계에 살고 있는데 대학 캠퍼스에서 아름다운 두명의 젊은이가 테니스를 치고 있는 모습을 보고 흐뭇하게 바라보고 욕망마저 느끼기도 합니다. 저녁이 되어 초대를 거절했던 친구 샬럿의 집을 방문해서 식사를 하고 그녀의 하소연을 잠깐 들어주고 돌아오는 길에 아끼는 제자 케니를 만나 술을 마신 뒤 함께 바닷가에 가게 되는데 케니를 통해 자신의 현실을 깨닫게 되고 상실의 아픔을 극복하고 다시 그의 삶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하루동안의 이야기 속에는 조지를 바라보는 여러 시선들이 등장하는데 퀴어(게이)라고 말하며 경멸하는 스트렁크씨, 조지를 이해하려고 하지만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는지는 알수 없는 스트렁크 부인, 조지와 하나의 남자를 두고 경쟁했던 도리스, 조지를 진정한 친구로 이해하는 샬럿 입니다. 문득 저 자신은 어떠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해졌는데 이해하려고는 하지만 진정으로 이해하지는 못하는 스트렁크 부인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아직 젊어 인생의 경험이 많지 않아서인지 솔직히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없어 진정한 감동을 느끼지 못했는데 옮긴이의 말처럼 10년 뒤에 읽으면 더욱 깊어진 맛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작품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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