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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이야 (양장)
전아리 지음, 안태영 그림 / 노블마인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비틀거리면서도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는 88만원 세대의 자아 찾기 여행...
팬이야... 제목과 표지를 보면 10대 청소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을 것 같은데 의외로 낼모레 서른을 앞둔 스물 아홉 아가씨의 파란만장한 연애담이었습니다. 역시 선입견은 참 무서우면서도 나쁜것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전아리 작가의 작품은 이 책 팬이야가 첫 만남인데 1986년생 이지만 중학교 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해 꾸준히 활동해 지금은 젊은 20대 작가의 대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고 합니다.
너무나 평범한 29세의 김정운... 그녀는 계약직으로 매사에 소극적이고 조용하게 뭍혀서 생활하고 있는데 평소 주위 사람들을 도우며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고 생각하는 그녀의 생각과는 달리 주위의 사람들은 항상 그녀를 이용하기만 하고 정작 자신을 알아주지는 않습니다. 확실하게 하지 못한다는 말을 들어왔던 그녀... 착하다는 말을 듣기는 하지만 착하다는 개념도 예전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그녀... 참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마트에 장을 보러 간 그녀는 우연히 시리우스의 이벤트에 당첨이 되고 선물로 멤버들 모두의 품에 안기게 된 이후로 이 아이돌 그룹의 팬이 되어 버립니다. 시리우스의 팬이 되면서 30만이 넘는 콘서트 티켓도 구입하게 되고(이 역시 참 어이없게 가짜였지만 ㅋ) 가수와의 만남에도 참석하게 되는 등 그녀는 조금씩 조금씩 변하게 되고 삶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으로 변해가게 됩니다. 그리고 방송국 스텝 장우연과 오형민 PD와의 만남... "그를 좋아하지만, 사랑을 시작하기에는 겁이 나."... 김정운의 마음속 이야기에 저의 경험이 떠올라 공감이 가더군요. 전체적인 이야기가 통속적이지 않아 이들의 만남이 참 흥미로웠습니다.
어떻게 해야 ’확실한 삶’의 범주 안에 들어갈 수 있을까... 언제나 자신의 인생을 주변인으로 살아오던 그녀는 드디어 자신이 주인공이 된 삶을 살게 되는데 인생에 있어 생각과 마음가짐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서른을 앞둔 여성들의 느낌을 사실 그대로 잘 보여주고 있어 성장소설이라는 느낌도 살짝 드는군요. 가볍게 읽히는 이야기 이지만 발랄하면서도 유쾌한, 그리고 재미를 느끼며 삶을 생각해 볼 수 있어 책의 제목처럼 제가 전아리 작가의 팬이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군가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냐.’... 문득 안도현 작가의 시 한구절이 떠오르는데 생각해 보면 저도 뜨거웠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이 이야기가 저에게 변화를 가져다 줄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의 소개처럼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사랑스러운 자신을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소설이라 생각합니다. 웃음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선물해 주기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