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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하성란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7월
평점 :
천사(Angel)인가, 아마조네스(Amazones)인가, 간통(Adultery)한 자들인가... 비밀스러운 집단 A의 꿈과 욕망, 그리고 추락...
A... 단순하면서도 많은것을 내포하고 있는 알파벳. 하성란 작가의 작품은 이 책이 처음이기에 A라는 책제목, 그리고 오대양 사건이 저의 호기심을 자극해 읽게 되었습니다. 표지 또한 독특한데 읽고 나니 표지의 느낌이 전달되더군요. 오대양 사건이 일어난 1987년에는 어린아이였기에 이 사건 자체를 전혀 알지 못해서 인지 이 책을 통하여 처음 알게 된 이 사건이 저에게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고 이 책의 내용만큼 미스터리한 부분이 참 많았습니다. 이 책의 화자는 많은 사람이 죽어갈때 공포를 느끼며 곁에 있었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어머니에 의해 살아남게 된 여자아이입니다. 단순히 눈이 멀어 살아남았을 수도 있지만 불의를 보고도 못본척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현실을 보는 것 같기도 해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홍수 피해로 거의 폐허가 된 한적한 시골 마을에 낯선 여인이 찾아와 신신양회라는 시멘트 회사를 만들게 되고 이 회사로 인해 마을은 조금씩 발전하게 됩니다. 여사장을 어머니라 부르는 신신양회 사람들, 아버지를 알 수 없는 아이를 키우는 이모들 그리고 삼촌들... 이상한 점은 이모들은 물론 아이들까지 약속이나 한 것처럼 아버지의 존재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고 궁금해 하지도 않는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왜 만족을 모르고 계속해서 더 큰 욕심을 부리는 것일까요? 이 욕심으로 인해 파멸하게 될지 뻔히 알면서도... 회사가 점점 커지자 권력과 탐욕에 눈이 멀게 된 어머니라 불리는 여인은 급기야 산업폐기물이 첨가된 쓰레기 시멘트를 만들게 되고 이로인해 집과 인근의 토양과 농작물은 물론이거니와 아이들의 피부에도 지대한 위험을 초래하게 됩니다. 순간의 욕심으로 인해 한순간 모든 것을 날려버리게 된 것이지요. 이후 스물 네명의 시신이 다락방에서 발견되고 삼촌이라 불렸던 한 남자에 의해 교살된 사교집단으로 언론에 보도된 신신양회 사건... 죽음뒤에 숨겨진 진실은 무엇일까요? 시간이 흐른 후 사건의 희생자들의 아이들이 정인언니라는 인물의 광고에 의해 다시 모이게 되는데...
과거와 현재를 반복하는 구성으로 되어 있어 읽을 때에는 조금 헷갈리기도 했고 마지막 부분에 또다른 화자가 등장하기에 잠시 혼란스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이 책의 특징이라 할 수 있겠네요.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연은 모두 작가에 의해 탄생한 허구이지만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여서 인지 모든것이 사실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작가의 치밀한 구성과 섬세한 묘사가 더욱 이러한 느낌이 들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다" 라고 간단히 말할 수 없어 마지막 책장을 넘긴지 시간이 지났지만 책의 여운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것 같습니다. 실제사건은 의문만을 남긴채 종결되었기에 이 이야기만큼은 확실한 결말이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는데 이러한 바램과는 달리 실제사건 처럼 애매모호한 결말로 끝나 의문과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A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책을 읽는 동안에도 궁금했고 지금도 이 의문은 확실히 해결되지 않았는데 작가는 천사(Angel), 아마조네스(Amazones) 그리고 간통(Adultery) 모두를 이야기하고 있는것 같기도 합니다.
아마조네스(Amazones) 라는 단어는 저에게 조금 생소한데 찾아보니 여러가지 뜻이 있지만 여자만의 부족이어서 남자가 태어나면 모두 이웃나라로 보내거나 죽여 버렸고 씨를 얻기 위해서 일정한 계절에 다른 나라의 남자와 만났다는 이야기가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