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춰진 생물들의 치명적 사생활

감춰진 생물들의 치명적 사생활
마티 크럼프 지음, 유자화 옮김 / 타임북스 / 2010년 4월

흥미롭고 치명적으로 은밀하며 더없이 유쾌한 초절정 자연 다큐 스캔들...

감춰진 생물들의 치명적 사생활이라... 제목만을 보고는 동물이나 식물들의 짝짓기에 관한 내용이 아닌가는 생각이 들었는데 생물들을 다양한 측면에서 아주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 포괄적인 자연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책의 내용은 단순히 생물학적인 재미없고 딱딱한 이야기가 아닌 생동감이 느껴지고 자연의 복잡함 속에서도 드라마틱함이 느껴져 인간과 비슷한 면이 많아 흥미로웠습니다. 저자의 의도가 단순히 세상 모든 것을 서로 연관 지어보고 이 멋진 자연사를 나누고 싶다는 열정이었고 학술적 논평이 아닌 동식물 관계에 얽힌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어 조금 더 쉽게 읽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치명적이라... 사생활이 은밀할 수는 있어도 치명적이라니 궁금증을 유발시키는데 읽고 나니 치명적이라는 단어가 왜 붙어 있는지 알것 같더군요.

저자는 같은 종들 사이의 상호작용, 서로 다른 종 사이의 상호작용, 식물과 동물 사이의 상호작용 그리고 세균이나 곰팡이 같은 하등 미생물이 동식물과 나누는 관계의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알고 있고 평소 쉽게 접할 수 있는 펭귄, 꿀벌 등의 이야기도 있어 쉽게 이해가 되었지만 전혀 생소한 생물들도 등장하기에 가끔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는 아닙니다만... 가장 먼저 짝짓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멋지거나 화려한 모습이 아닌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남기기 위한 수컷들의 필사적인 노력을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의 모습보다 훨씬 필사적이더군요...

흥미로운 내용이 많았는데 그 중 자연의 세계는 정말 무서우면서도 잔인하다는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모래상어의 경우 먼저 발달한 배아가 나중에 발달하는 배아들을 먹어버린다고 합니다. 자신의 형제를 먹어버리는 것이지요... 또 쿠바 청개구리의 경우 올챙이 일때 자기보다 먼저 뒷발이 자란 형제의 다리를 뜯어 먹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푸른발 부비는 먹이가 부족하면 형제들을 인정사정 없이 쪼아대고 먹이를 더 달라고 아우성 친다고 합니다.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이라 놀라움의 연속이었는데 만약 인간에도 이러한 특성이 있었다면 정말 끔찍할 것 같네요... 

지금은 꼭 챙겨보는 것은 아니지만 한때 자연과 동물에 관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즐겨봤기에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정말 신기했던 적이 많아 역시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시골에서 태어나 자연의 모든 현상을 직접 눈으로 보고 흥미와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 같은데 환경파괴로 인해 지금은 시골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없는 모습들이 많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들로 인해 흥미를 느낄 수 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는데 결코 쉬운 내용은 아니었기에 천천히 다시 읽어봐야 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