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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 - B급 좌파 김규항이 말하는 진보와 영성
김규항.지승호 지음 / 알마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유쾌한 급진주의자 김규항이 말하는 이 시대의 진보와 영성 그리고 비평...
알마 출판사의 인터뷰 글 시리즈 중 ’박원순의 희망을 심다’에 이어 두번째로 만나게 되는 책... 인터뷰 형식의 글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박원순 님도 그렇고 김규항님 역시 인물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어 조금이라도 알고 싶은 마음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앞서 읽었던 박원순님의 인터뷰집의 영향과 우리나라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왼쪽과 오른쪽에 대한 이야기 역시 관심을 갖게 만들었구요... 저는 한적한 바닷가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정치 사회적으로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기에 이념적으로 누구의 영향도 거의 받지 않았는데 성장하면서 겪게 된 경험과 책을 통하여 하나하나 배우고 성인이 되면서 나름대로 가치관을 갖게 되었습니다. 오랜시간 동안 쌓이고 쌓여 완성되는 가치관이기에 한번 정립된 가치관은 쉽게 변하지 않아 합의점을 찾기란 쉽지 않은데 자신의 생각이 틀릴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할 때 사회는 조금씩 성장하고 변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겨레21에서 우리나라의 정치인, 지식인, 시민사회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정치성향 조사에서 가장 왼쪽의 정치성향을 가진 사람으로 나타났던 김규항... 그는 시장뿐만 아니라 개인의 자유에 대한 항목에서도 가장 높은쪽의 성향을 나타내어 자유주의 좌파로 규정되었다고 합니다. 우리 사회는 정치사회적인 것들을 이야기 할때 진보라는 좌파와 보수라는 우파로 딱 자르는 이분법적 구분을 하고 있는데 이러한 색깔론적인 구분으로 갈등을 더욱 고조시키기 보다는 가치관에 따른 시각의 차이로 인정하고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문화의 정립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우리의 역사를 보면 진보적인 생각을 갖고 사회변화를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은 항상 사회적 약자에 속해 있었기에 지금 우리 사회는 진보성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모두 하나로 취급하며 좌빨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오래전처럼 공산주의와 사회주의에 물들어 무조건적으로 외치는 좌파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되었기에 이러한 사고와 말들은 전혀 이치에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B급 좌파라며 당당히 살아가고 있는 김규항... 그는 지금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관심거리인 문화, 진보, 촛불과 추모, 교육 등에 관해 이야기 하면서 자신이 그리는 세상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가장 자주 등장하는 것이 진보와 예수 그리고 영성이라는 단어인데 예수는 혁명과 영성의 조화를 실현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진보적 지식인의 이상적인 모델이라고 저자는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교회가 미국의 천민자본주의 문화를 그대로 흡수하고 우익화 하고 있어 예수의 삶이 한국 교회를 비판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하는데 지금 우리나라의 교회와 예수의 삶은 전혀 다르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종교적인 해석을 떠나 하루에 30분도 기도하지 않는 사람을 통치자로 둔다는 것은 끔찍하다고 말하는 그의 말을 곰곰히 생각해 보니 정말 공감이 되었습니다. 온라인 상의 정치관련 기사를 보면 누가봐도 정말 기사답지도 않은 내용도 많고 덧글로 달리는 글(대부분 정치 알바들의 글이지만)은 더 어의없어서 안타까울 때가 많은데 이러한 것들에 현혹되지 않고 똑바로 볼 수 있는 눈과 마음을 가지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문화와 상업성에 관한 의견 등 그가 말하는 모든 부분에 동의하고 공감을 할 수는 없었지만 우리사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과 정리를 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김규항님이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원론적인 이야기 같지만 쉽게 접근하지 못하고 외면해 버리는 이야기 이기에 더욱 의의가 있는게 아닌가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군요. 제목만을 보면 이념에 치우친 서로 대립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을 것 같은데 인간적이고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어 한 사람의 지식인으로서 우리 사회에 대한 애정의 시선으로 좀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마음으로 생각해야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좌파든 우파든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면 썩기 마련이기에 서로에 대해 인정하고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사회의 모습이겠지요? 말처럼 쉽지 않은게 문제입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