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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사라지던 날
유르겐 도미안 지음, 홍성광 옮김 / 시공사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대재앙 후의 지구라는 세기말적 상상력 위에 피어난 인간의 모습...
어느 날 갑자기 지구상에 모든 사람들이 사라지고 혼자만 남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생각만 해도 정말 끔찍한데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울증과 함께 미쳐버릴 것 같습니다.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동물 인간... 가끔 사람들 틈에 끼여 부대끼는 생활이 지겹고 실증날 때도 있는데 이러한 이유로 막상 혼자가 되면 무언가 허전하고 그리움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혼자 남게 된 로렌스는 과거를 떠올리며 후회섞인 반성을 하고 악몽을 꾸게 되는데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도 그렇지만 혼자 남게 되면 자신을 뒤돌아 보며 후회와 반성의 시간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일기를 쓰듯 자신의 모든 일거수 일투족을 이야기 하고 있어 더욱 감정 이입이 잘 되고 배경에 대한 전체적인 느낌이 쉽게 와 닿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태양이 사라지던 날... 제목을 처음 보는 순간 왜 태양이 사라졌을까는 의문이 들기도 했는데 여기에 대한 궁금증은 해결해 주지 않더군요...
한여름에 눈이 내리는 이상한 날씨의 변화와 빛이 없는 암흑의 세계를 창문을 통해 지켜본 프리렌서 사진작가 로렌츠는 지구상에 자신만이 살아남은 것을 알게 되고 살기 위해 이웃의 집에서 생필품을 찾게 됩니다. 몇일 동안 혼자 시간을 보낸 그는 점점 정신이 쇠약해지고 고독과 죄책감으로 인해 죽음을 생각하며 연인이었던 마리의 무덤이 있는 곳을 향하게 됩니다. 살아있는 동안에는 미쳐 소중함과 감사한 마음을 느끼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며... 이 과정에서 우연히 살아있는 또다른 인간 핀을 만나게 되는데 자살을 생각하고 있었던 핀 역시 로렌츠를 만난 이후 생각을 바꾸게 됩니다. 둘은 함께 돌아와 생활하기 시작하는데 로렌츠와 핀은 정 반대의 성향을 갖고 있음에도 둘은 마치 오랬동안 알고 지낸 사이처럼 너무 잘 맞습니다. 그러던 중 고열에 시달린 어느 날 약을 가지러 나갔던 핀은 사라지게 되고...
왜 모든 것이 이렇게 된 걸까? 눈에 보이는 현상이 실제하는 것일까? 어쩌면 이 모든 것이 환상이 아닐까? 나는 무엇 때문에 살아 있을까? 아니, 실제로 살아 있기는 한 걸까? 어쩌면 이미 오래전에 죽었는데, 그런 사실을 모르는 것인지도 모른다. - 93 page.
앞에서 언급했듯이 왜 태양이 사라졌는지 언급되지 않고 마지막 부분을 보면 변화가 있듯이 실제로 태양이 사라졌다기 보다는 그림움과 죄책감에서 오는 절망감이라는 심리적인 상태로 인하여 그렇게 느끼게 된 것이 아닌가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표지를 보면 눈의 결정체 모양이 흰색이 아닌 코팅으로 처리되었는데 읽고 나니 왜 이렇게 표현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태양이 사라졌으니 색상은 물론 모양도 확인하기 힘들기에 최소한으로 표현한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차가우면서도 잔잔한 느낌으로 전개되고 있는 이야기를 읽고 나니 하루하루를 정말 소중히 살아가고 작은 것 하나하나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모든 것이 사라져도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이기에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자신을 제대로 알고 미래를 향해 살아가야 함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희망의 반복... 갈수록 개인중심적인 사회로 변해가는 지금 현대인들에게 많은 인생철학에 관한 시사점을 던져주는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