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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에릭 라인하르트 지음, 이혜정 옮김 / 아고라 / 2010년 2월
평점 :
돈과 섹스 그리고 환상으로 이루어진 세상... 신데렐라를 꿈꾸는 현대인들의 슬픈 자화상...
신데렐라... 온라인 서점에서 우연히 보고 너무나 익숙한 제목과 특이한 표지로 인해 관심을 갖고 읽게 된 책... 신데렐라 라는 제목을 보고 어린시절 읽었던 동화가 떠오르기도 해 의미가 더욱 궁금했는데 읽고 나니 신데렐라를 꿈꾸는 환상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소설의 간단한 느낌을 적어 왔기에 두껍지만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었다는 글을 쓴적도 정말 많았는데 이 책은 이러한 표현을 쓸 수 없는 내용이기에 마지막 책장을 덥을 때까지 참으로 어려웠던 시간이었습니다. 어디까지나 저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프랑스 소설은 몇가지 특징이 있는데 그 중 한가지가 우리와는 많이 다른 사회 문화적 배경으로 인하여 쉽게 공감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니면 저 자신이 아직 부족하여 심오한 의미를 담고 있는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것일수도 있구요... 저의 개인적인 기준으로는 좋은 작품이라 하면 쉽게 읽을 수 있고 이해가 잘 되어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독자들에게 시사하는 바는 아주 크지만 이 부분에서 후한 점수를 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620여 페이지에 달하는 긴 장편에다가 처음 부분이 쉽게 이해가 잘 되지 않는 조금은 복잡한 스토리 전개로 중도에 포기하고 싶은 생각을 여러번 했지만 어느 정도 읽으니 조금씩 이해가 되고 각각의 인물에 조금씩 빠져들기도 해 끝까지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전체적인 구성이 우리의 인생처럼 정말 복잡하게 얽히고 설켜 있고 등장인물들이 갑자기 튀어나와 이야기 하고 있어 마지막 책장을 넘기기 까지 정말 오랜시간이 걸렸는데 다 읽은 후에도 내용의 정리가 쉽게 되지 않더군요. 이 글을 쓰면서 곰곰히 생각해 보니 작가는 현실에서 있을수도 있는 등장인물들과 일어날 수도 있는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의 현실과 위기 그리고 이러한 사회에 대한 모순을 이야기 하고 싶었던게 아닌가는 생각이 드는군요...
아버지가 포크에 목이 찔려 죽은 이후 생방송 중인 토크쇼의 출연자를 모두 죽여버리겠다고 생각하고 테러리스트를 꿈꾸는 파트리크 네프텔, 한때 잘나가는 헤지펀드 부로커였으나 지금은 금융수사팀에 쫓기는 신세가 되어 버린 증권회사 브로커 로랑 달, 아내를 인터넷 공간에 올리고 스와핑 상대를 찾는 머릿속을 온통 섹스로 가득채우고 살아가는 스와핑마니아 티에리 트로켈 그리고 소설가 에릭 라인하르트 까지... 읽다보면 각각 다른 등장인물들 이지만 결코 다르지 않게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작가는 이를 통해 자본주의의 모순과 사회의 냉혹함, 인간의 광기어린 욕망 그리고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습니다.
계속 이어지는 답답한 이야기를 읽고 있으니 저 자신도 가슴이 턱 막히는 답답함을 느낄 수 있었는데 이러한 과정 속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올바른 자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작품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보통의 사람과는 조금 다른 네 명의 주인공이 등장하고 주인공 중 한명이 작가 자신의 이름과 같고 또 직업도 작가라는 것입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자본주의의 한 단면을 보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데 어쩌면 자신들의 생활에 대한 책임을 자본주의라는 체제에 떠넘기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에게 인생의 숙제같은 많은 질문을 던져 주었던 작품이라 지금도 머리가 복잡한데 소설이라 하여 쉽게 읽고 치우기 보다는 인내심을 갖고 천천히 읽고 싶은분들에게만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