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라산의 사자들 1
가이 가브리엘 케이 지음, 이병무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영웅으로 태어났기에 서로에게 칼을 들이댈 수 밖에 없는 두 남자의 운명과 한 여인... 

사실 이 책의 저자 가이 가브리엘 케이의 다른 작품을 읽어 본 적도 없고 작가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었지만 표지의 전세계 네티즌이 뽑은 역대 최고의 SF 판타지 라는 이 글 하나만으로 선택하게 된 책입니다. 판타지로 분류되어 있는데 지금의 마법이 난무하고 여러 종족이 등장하는 그런류의 소설이 아니라 기사가 중심이 되었던 중세시대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작가가 이야기의 배경을 창조했기 때문에 아마도 판타지 장르로 분류된 것이 아닌가 생각하는데 이것을 감안하더라도 저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정말 리얼하고 방대한 역사팩션에 더 가깝고 더 어울리는 장르인 것 같네요.

이야기 속 공간적 배경은 책에 실린 지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금의 스페인 지역으로 아샤르인이 지배하는 알 라산 지역과 야드인이 지배하는 에스페라냐 이고 시간적으로는 이슬람이 페르시아와 이집트를 기점으로 이베리아 반도와 동유럽에 진출해 있을 당시 십자군전쟁이 일어나기 직전입니다. 처음 부분은 많은 등장인물의 조금 어려운 이름과 케릭터가 매치가 잘 안되고 작은 사건들을 하나하나 이야기 하고 있어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았는데 어느 정도 읽으니 사건 하나하나가 퍼즐 맞추듯 딱 들어맞는게 신기하기도 했고 이해도 잘 되어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1,2권을 합쳐 900여 페이지 정도 되는데 부담감을 안고 읽기 시작한 책이 어느 순간부터는 분량이 조금 더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을 갖게 만들 정도로 몰입이 잘 되었습니다.

이야기는 알 라산의 마지막 칼리프의 죽음으로 시작하는데 그의 죽음으로 알 라산의 황금시대는 막을 내리고 서로 다른 군주들이 다스리는 여러 도시국가들로 다시 형성되면서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게 됩니다. 15년 동안 수많은 도시들과 군주들이 일어섰다가 쓰러지기를 반복했는데 알 라산의 북쪽 야드 교도 왕들이 서로를 상대로 계략을 꾸미고 전쟁을 벌이는 혼란의 시대로 접어들게 됩니다. 각자 다른 사정으로 인해 라고사에서 아마르, 로드리고, 예하네는 운명적인 만남을 하게 되고 두 영웅은 서로 적임을 한눈에 알아보지만 뜨거운 여름이 지나가는 동안 우정을 쌓게 됩니다. 아샤르 인으로서 마지막 칼리프를 죽인 원죄를 안고 살아가는 영웅 아마르와 야드 인으로서 국가와 왕에 대한 충성심으로 기사들을 이끄는 로드리고 그리고 이 두 남자를 모두 사랑했던 킨다트인 여의사 예하네... 혼돈의 역사속 한가운데 서 있는 이 세사람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라고사에서 운명적인 만남을 가진 두 영웅과 한명의 여인... 그리고 동시에 한 여인을 사랑하게 되지만 모든 것을 뒤로 하고 결국 서로에게 칼을 겨누어야 했던 두 영웅... 너무나 가혹하고 잔혹한 운명이지만 아주 현실적인 이야기이기에 더욱 매혹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작가의 깊이있는 문장에서 느껴지는 강한 흡인력과 이야기 속에 자주 등장하는 우아하고 서정적인 시가 선사하는 아름다운 매력은 상당히 매혹적으로 다가왔는데 가이 가브리엘 케이 만이 갖고 있는 특징의 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만큼 매력적인 인물들도 많았는데 그 중 예하네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전쟁의 잔혹함 속에서도 때로는 가장 약한 부족인 킨다트 족으로서 때로는 여자로서 그리고 의사로서 많은 역할을 수행하며 강인하게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해 나가는 모습이 정말 인상깊었습니다. 

마지막 부분을 읽다보면 몇 년씩 시간적으로 아주 빠르게 지나간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너무 서둘러 이야기를 마친게 아닌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조금 더 분량을 늘렸다면 좀더 좋지 않았을까는 아쉬움이 남더군요... 톨킨 이후 최고의 판타지 작가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정말 역사 대서사시 한편을 읽은 느낌인데 톨킨과는 작품의 방향이 조금 다른 것 같아 서로 비교하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 개인의 취향에 따라 우위를 가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이 가브리엘 케이와 첫 만남을 가졌던 알 라산의 사자들... 첫 작품이 저의 마음을 사로잡아 작가의 다른 작품에도 관심이 가는데 ’티가나’와 ’아르본의 노래’ 는 앞으로 한권 한권 읽어 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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