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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의 지붕
마보드 세라지 지음, 민승남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암흑의 시대, 열일곱 살 소년의 가슴 시린 사랑과 해맑은 우정, 그리고 성장통을 그린 감동적인 이야기...
중동이라는 지역적인 이유에서인지 아니면 느낌이 비슷해서 인지는 몰라도 이 책을 보는 순간 ’할레드 호세이니’의 ’천 개의 찬란한 태양’과 ’연을 쫓는 아이’가 떠올랐습니다. 책을 읽어보아도 저의 느낌과 비슷하게 국제사회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슬람 사회의 현실을 담고 있다는 것과 작가 자신의 유년기 체험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테헤란의 지붕... 제목이 내포하고 있는 상징적 의미를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되는데 지붕은 이란 사람들은 물론 페르시아인들 에게는 아주 특별한 장소입니다. 뛰거운 열기를 식히며 잠을 잘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 진솔한 대화가 이루어지는 곳이기도 하며 친구간에는 우정을 쌓고 연이간에는 사랑을 속삭이는 장소가 되기도 하는... 이곳에서 떨여져 매년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붕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만큼 소중한 장소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 파샤는 일일곱 살의 문학을 사랑하는 순수열혈청년으로 단짝친구인 아메드와 함께 한여름밤의 지붕에 올라가 밤하늘을 지붕삼아 별을 구경하며 자신들의 미래와 인생 그리고 풋풋한 첫사랑에 대해 함께 고민하며 이야기를 나누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합니다. 자신을 아껴주는 대학생 닥터의 약혼녀 자리를 짝사랑하게 된 파샤는 매일 괴로워하는데 이를 눈치챈 아메드는 닥터가 잠시 농촌으로 활동을 떠난 그 해 여름 자리의 집 마당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파샤와 자리, 아메드 그리고 하피메는 즐거운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게 되지만 갈수록 파샤의 마음은 더욱더 애절해지기만 합니다. 어느 날 파샤의 실수로 평소 반정부 활동을 벌이던 닥터에게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생기게 되고 자리, 하피메를 비롯한 모든 동네 사람들에게 깊은 슬픔을 안겨주게 됩니다. 아직 어린 이들에게는 아주 큰 충격으로 다가오는데 파샤는 닥터의 정신을 잊지 말라는 뜻으로 골목에 빨간 장미나무를 심게 됩니다. 그리고 닥터의 40제 기일에 독재 국왕의 카퍼레이드가 있는 곳에서 자리는 분신자살을 시도하게 되고 이들의 운명은 뒤바뀌게 되는데...
책을 읽기 전과는 많이 다르게 마지막 책장을 넘기고 나니 묵직한 느낌으로 다가왔는데 전체적으로 무거운 분위기의 내용적인 면도 있지만 먼나라 이야기만이 아닌 우리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야기 속에는 이란의 70년대 암흑의 시기의 모습이 아주 잘 나타나 있는데 우리나라 역시 똑같이 자유를 빼앗기고 인권을 유린당하는 시대가 있었기에 멀게 느껴지지 않고 아주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또 그때 만큼은 아니지만 지금도 이러한 일이 알게모르게 일어나고 있기도 하구요... 사실 뉴스나 신문의 국제면을 잘 보지 않고 또 우리와 크게 관련이 없는 내용의 기사들은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데 이러한 문학을 통하여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중동의 역사와 문화를 많이 알고 또 깊이있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갖을 수 있었습니다. 절망이라는 구렁텅이가 한없이 밀려와도 희망을 잃어버리지 않고 믿음이 있다면 언젠가는 절망은 사라지고 희망이 가득한 세상이 될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뜨겁고 순수했던 청춘의 사랑이야기 이기도 하기에 두 부분 모두 가슴 깊이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