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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센트 맨
존 그리샴 지음, 최필원 옮김 / 문학수첩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사법제도가 망쳐버린 마이너리거의 파란만장한 인생이야기...
존 그리샴의 첫만남은 아마도 타임 투 킬이 아닌가 생각 됩니다. 10년이 넘은 것 같은데 아직도 전체적인 줄거리는 대충 기억하고 있으니 그 만큼 저에게는 흥미로웠고 충격적이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좋아하는 작가 중 한명이기도 한 법정 스릴러의 대가 존 그리샴 최초의 실화소설이기에 더욱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는데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니 묵직한 분위기와 함께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습니다. 쓰레기 같은 경찰들의 잘못된 수사, 신뢰할 수 없는 목격자의 증언, 무능한 변호사 그리고 게으르고 오만한 검사 등 책 속 이야기는 단순한 소설이 아닌 실화이기에 더욱 분노가 치밀어 올랐는지도 모르겟습니다. 얼마전 우리나라 사형제도에 관한 법 제정이 미세한 차이로 합헌판결이 났는데 특별히 찬성과 반대 어느쪽이라 할 수 없었던 저이기에 이 판결에 대해 특별히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고 난 후에는 우리나라에 사형제도가 없어졌으면 하는 바램이 생겼습니다. 물론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감옥에 있는 동안에도 평생 뉘우치지 못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사형제도의 필요성을 느끼지만 사람이 사람의 목숨을 결정한다는 것도 그렇고 이 책속의 이야기처럼 무고하게 죄를 뒤집어 써 목숨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러한 사례는 아주 많은 걸로 알고 있고 사실이 그렇습니다.
책속으로 들어가 보면 미국의 오크라호마의 에이다라는 작은 마을에 사는 데비 카터라는 여성이 잔인하게 살해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지만 몇년이 지나도록 범인은 잡히지 않고 또 다른 여성 납치사건이 발생하면서 경찰은 어떻게든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들이 범인으로 지목한 론 윌리엄슨과 데니스 프리츠에게 살인범이라는 증거를 하나씩 만들어 갑니다. 론 윌리엄슨은 오클랜드 애슬래틱스에 지명되어 장래가 촉망되는 야구선수 였는데 몸이 나빠지면서 야구선수의 꿈이 좌절되고 이혼의 아픔을 겪게 되면서 술과 여자 그리고 도박에 탐닉하게 되고 점점 나쁜길로 빠져들어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게 됩니다. 과학 선생님이었던 데니스 프리츠 역시 론 윌리엄슨과 어울렸다는 이유로 공범으로 지목받게 되어 직업까지 잃게 됩니다. 론은 계속되는 경찰의 강압 취조로 인해 매일밤 악몽에 시달리게 되는데 이러한 꿈 이야기를 들은 경찰은 자백으로 바꾸어 론과 데니스는 사형선고를 받게 됩니다. 생명의 기운이 몸 밖으로 모두 빠져나갈 정도로 충격적이었던 론을 바라보는 에이다 주민의 시선은 생각만 해도 정말 끔직하게 느껴지는데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지듯이 사형집행을 몇일 앞두고 무죄가 증명되기는 했지만 정신적인 피해와 흘러가 버린 세월은 세상 무엇으로도 보상받을 수 없을 것입니다.
문득 오래전 읽은 책중에 DNA 관련 수사에 관한 내용이 기억나는데 목격자의 일방적인 거짓 증언에 의해 살인자가 되어 감옥에 수감되었다가 목격자가 뉘우치고 세상에 알리어 무죄로 석방된 내용이었습니다. 인간이 하는 것이기에 실수가 없을수는 없겠지만 이러한 것들을 보면 참 씁쓸한 마음이 드는군요... 책을 읽다보면 한 사람의 인생에 지워지지 않는 상처와 인생 전체를 망쳐 놓고도 아무런 느낌이 없고 사과한마디 하지 않는 가해자들을 볼 수 있는데 어떻게 법과 관련해 일하는 사람들이 저럴 수 있는지 정말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변호사를 잘 만나면 형이 줄어들기도 하고 무죄가 되는 것은 비단 드라마나 영화속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닌 우리사회에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좀 더 살기좋은 세상과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법... 과연 진정으로 모든 사람들이 법으로 인해 살만한 세상이라고 느끼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법이 공평하게 적용되는가도 생각해 보아야 겠구요... 그렇다고 법을 절대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영화로 제작중이라 하는데 어떻게 만들어질지는 모르지만 법조계에 큰 파장을 일으켜 많은 변화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