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균형 아시아 문학선 3
로힌턴 미스트리 지음, 손석주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희망과 절망 사이의 적절한 균형... 

로힌턴 미스트리의 작품은 처음이지만 평이 좋아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오프라 윈프리 북클럽 선정 도서이기에 책의 성격을 대충 짐작하고 는 있었지만 정말 큰 충격이었습니다. 적절한 균형이라는 제목만을 보고는 보통의 부족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넘치지도 않은 적절한 삶을 상상했었기에 더욱더... 표지를 보면 손으로 받치고 있는 긴 장대에 어린 아이가 위태롭게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책속에 실제로 어린 조카 남매를 장대에 올리고 묘기를 하다가 사람들에게 몰매를 맞게 됩니다. 로힌턴 미스트리의 최고 걸작인 이 책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는데 책을 처음 보는 순간에는 보통 책 두권이 넘는 880여 페이지의 두께에 한번 놀랐고 책을 읽고 난 후에는 두께 만큼이나 삶의 무게가 느껴져 또 한번 놀라게 되었습니다. 

재봉사인 이시바(삼촌)와 오프라카시(조카) 그리고 친구의 아들이면서 학숙생이기도 한 마넥 콜라가 디나 달랄을 찾아가는 것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1975년 부터 1984년 까지 불안정하고 혼란스러움이 가득한 인도를 배경으로 전개됩니다. 카스트 제도라는 신분제의 굴레를 벗어나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하루하루 발버둥 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구요... 실제로 인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정말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읽다보면 제도적으로 신분제는 없어졌지만 실제로는 이것에서 자유롭지는 못한 지금 우리사회의 단면을 보는 것만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들더군요... 매스컴에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힘없는 사람들은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기에... 마넥 어머니와 동창인 디나 달랄, 인도 봄베이의 대학에 다니는 마넥, 그리고 디나 밑에서 일을 하고 있는 이시바와 옴프라카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누스완, 러스텀과 거지왕초, 샨카 등이 뒤를 받쳐주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인생이 완전히 바뀌어 버린 디나는 러스텀을 만나 행복이 찾아오는가 싶더니 이것도 잠시... 젊은 나이에 과부가 되어 버린 그녀는 오빠에게 신세지는 것을 원하지 않아 대학생 마넥에게 하숙을 내어주고 재봉사인 이시바와 그의 조카 옴프라카시를 고용해서 옷을 만들어 납품하는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온갗 상처와 아픔 그리고 고통을 가진 네 사람은 처음에는 불협화음으로 어려움을 겪지만 곱고 섬세한 마음으로 그들이 함께한 시간들을 불행한 삶의 여정 중 가장 아름다운 시간으로 만듭니다. 하지만 역시 행복했던 시간은 빠르게 지나가고 다시 불행한 삶이 시작되게 됩니다.

인물과 환경의 자세한 묘사로 책을 읽는 동안 눈 앞에 인도의 모습과 각각의 상황에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생생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절망과도 같은 그들의 삶 속에서 저자가 이야기 하고 싶은 적적한 균형은 무엇일까는 생각이 들었는데 희망과 절망, 기쁨과 고통, 만남과 이별 속에서의 정말 힘든 삶 속에서의 균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소설을 읽는 순간, 당신의 가슴은 찢어질 듯 아플 것이다. 표지를 보면 이 글이 쓰여 있는데 보통 이러한 문구를 잘 믿지 않는 저인데 책을 읽고 나니 소설 속 주인공 만큼은 아니겠지만 정말로 가슴이 먹먹해 지도록 아프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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