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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슨의 미궁
기시 유스케 지음, 김미영 옮김 / 창해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단 한 명이 살아남을 때까지 멈출 수 없는 서바이벌 게임... 그리고 극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사악한 인간의 본성...
좋아하는 작가인 기시 유스케의 새로운 작품이 번역 출판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접하고 단숨에 읽어버린 크림슨의 미궁...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저항할 수 없는 어떠한 힘에 의해 소름끼치는 미로에 놓여지는 표지... 그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이 책 역시 표지부터 아주 강렬한 인상을 주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책의 제목과 내용을 아주 잘 표현한 표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크림슨의 뜻이 궁금하기도 했는데 표지와 같은 색을 의미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눈을 떴을때 지금까지 한번도 보지 못한 낯선 곳이라면 기분이 어떨까? 그리고 자신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 외에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면... 후지키 요시히코라는 40대의 남자가 이러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다니던 회사가 도산하게 되자 그렇지 않아도 사이가 좋지 않았던 아내는 전 재산을 가지고 도망가 버립니다. 사택에서 나와 갈곳이 없어 갑자기 실업자이자 노숙자가 되어버린 후지키... 노숙자 생활을 하다가 어떤 이벤트를 신청하게 되고 관계자를 만나러 가던 길... 이후에는 전혀 기억나는게 없고... 알고 보니 지금 자신 앞에 놓인 현실은 체크 포인트를 돌아다니며 끝까지 생존하기 위해 죽이고 죽어야만 하는 제로섬게임... 호주의 북서쪽에 위치한 서오스트레일리아 주 킴벌리 지구에 있는 벙글벙글 국립공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이곳에 대한 저자의 해박한 지식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호주를 여행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책속 지형에 대한 설명을 읽으면 머릿속에 상상이 잘 되어 더욱 쉽게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 수 있더군요... 각자 하나씩 제공된 작은 게임기의 지시에 따라 게임이 진행되고 모두 아홉명의 사람들이 참가하는 서바이벌 게임이 시작되는데 게임기가 부서져버린 아이는 후지키와 파트너가 됩니다. 첫번째로 모인 곳에서 아홉명은 자신의 선택에 따라 4그룹으로(서바이벌을 위한 아이템, 호신용 아이템, 식량 아이템, 정보 아이템) 나뉘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뉘게 되고 여기서 부터 생사의 갈림길이 시작되어 죽고 죽여야만 하는데...
마지막 부분을 보면 아이에 대한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 나오는데 저 역시 책을 읽는 중간중간에 몇가지 의문이 생겼었습니다. 책을 다 읽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인간의 본성에 대한 씁쓸함이 남고 설명할 수 없는 답답함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독자의 상상에 맞기는 결말이 저의 궁금증을 확실하게 모두 해소해주지 못한 부분 때문인 것 같습니다. 돈벌이와 몇몇 사람들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아무 이유없이 희생당한 사람들... 그리고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행하는 행동들... 얼마전에 읽은 그의 처녀작 13번째 인격도 그렇지만 이 작품 역시 인간의 심리를 아주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어 조금 슬프기도 하네요...
여기까지 읽고 내용이 궁금해 참을 수 없다면 지금 당장 크림슨의 미궁 5페이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