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번째 인격
기시 유스케 지음, 김미영 옮김 / 창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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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대지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원한과 공포, 그리고...

폐허가 된 곳에서 한 여성이 여러개의 얼굴을 가지고 서 있는 표지부터 무언가 강한 포스가 느껴지고 공포가 밀려드는 것을 느꼈는데 황정민님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되었던 검은 집으로 잘 알려진 기시 유스케의 데뷔작 이기에 관심을 가진 책입니다. 기시 유스케는 이 책 13번째 인격으로 제3회 일본 호러소설 부문에서 입상하였고 검은 집으로는 제4회 호러소설 대상을 수상하였다고 합니다. 데뷔작이지만 우리나라에 번역출판이 검은 집, 푸른 불꽃 등의 다른 작품보다 한참 늦어 이제야 만나보게 되어 왠지 모를 설레임도 느껴지더군요...

책의 제목이기도 한 13번째 인격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함을 안고 책을 읽게 되었는데 이 책의 주인공이기도 한 치히로라는 소녀의 몸에 2~3개가 아닌 무려 13개의 인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제목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또 이 사실로 인해 충격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어려서는 무서운 이야기는 절대로 읽지 않았고 TV도 보지 않았는데 언젠가 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공포물의 매력을 느껴 이제는 찾아서 읽고 있는데 미스터리 공포는 좋아하지만 아직도 잔인한 공포물은 못 읽고 못 보겠더군요...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보니 어린시절의 기억 때문인 것 같습니다.

책 속으로 들어가 보면 여고생 치히로는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부모님의 죽음을 목격하게 되고 이후에는 친척집에서 생활해 왔는데 친척의 학대와 학교 친구들의 따돌림 그리고 부모님을 빼앗아간 공포로 가득찬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상황에 따라 다양한 인격을 만들어 냅니다. 그런데 6000명의 목숨을 가져간 한신대지진으로 또한번의 충격을 받게 되고...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엠파시라는 능력을 가진 유카리... 지진 현장에서 자원봉사를 하게된 그녀는 지진의 현자에서 살아남은 소녀 치히로의 상담을 맡게 되는데 이 소녀의 심각성을 직감하고 자신도 모르게 이 소녀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이 아닌 다른 인격들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는 불쌍한 치히로를 진심으로 걱정하며 온 마음을 다해 돕기로 결심합니다. 하지만 서로 견제하기도 하고 돕기도 하며 소녀의 몸에서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13개의 인격 중 가장 대하기 어려운 이소라와 마주하게 되는데... 

다중인격... 생각해 보면 저 자신에게도 또 하나의 인격이 존재하는 것 같기도 한데 심하지는 않기에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아닌까는 생각이 드는군요... 큰 기대를 안고 책을 펼쳐들었는데 처음 부분은 이렇다할 특별한 내용이 없었기에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고 조금 실망의 느낌도 들었는데 중반 이후부터는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들더군요. 그리고 충격적인 결말로 인해 마지막 장을 덮고 난 후에도 한참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더군요... 인간 내면의 심리묘사가 아주 잘 표현되어 있어 감탄이 절로 나오는데 실제 있었던 한신대지진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더욱 실감나게 읽었던 것 같습니다. 한여름 밤에 혼자 읽으면 더위가 싹 달아나 버릴것 같은 한편의 이야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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