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심장을 쏴라 - 2009년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정신병동을 무대로 펼쳐지는 두 청년의 좌충우돌 분투기...
내 심장을 쏴라... 조금은 특이한 제목과 표지로 관심을 가졌던 책인데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세계문학상 수상작을 모두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읽어 본 작품인 ’미실’과 ’아내가 결혼했다’ 모두 재미있고 흥미롭게 읽었기에 기대를 하며 읽기 시작했습니다. 문학상 공모사상 최고 심사위원진의 압도적 선정이라는 문구를 보며 도데체 어떠한 작품이길래... 라는 의구심을 가지며...
24살의 동갑내기 이수명과 류승민은 같은 날 수리 희망병원이라는 정신병원을 들어오게 됩니다. 하지만 시작부터 꼬일려니 류승민의 탈출 할려는 의지로 거친 반항이 시작되고 그냥 옆에 있었다는 이유로 같은 취급을 받게 되어 꼬여버린 질긴 운명이 시작됩니다. 이수명은 어머니가 목에 가위를 꽂고 죽은 것에 대하여 정신분열과 공황장애를 겪게 되어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했는데 퇴원한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자신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일이 꼬여버려 억울하게 다시 정신병원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류승민은 패러글라이딩 선수로 활동했지만 눈이 멀게 되는 병을 얻게 되고 유산상속 문제의 복잡한 가족관계로 인하여 또한 억울하게 정신병원으로 감금되어 버립니다. 수명과 승민이 자신들의 사연을 풀어나가는 게 소설의 핵심이 아닌가 생각하는데 수명은 어머니의 죽음으로 부터 도망치고 싶어 세상을 등지고 싶어 하는지도 모르겠고 글라이더를 타고 하늘을 나는 것이 승민의 유일한 목표였는지도... 승민이 시력을 잃어가는 것이 거짓과 오류 투성이인 세상을 보고 싶지 않아서 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평소에 정신병원에 대한 좋지 않은 느낌을 갖고 있었기에 병원의 환자들을 대하는 간호사나 의사 들의 태도를 보고 쓴 웃음이 지어졌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탈출에 대하여 한 페이지의 신문기사가 남게되는데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을 너무 잘 보여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건에 대한 세부적인 이야기들은 귀기울이지도 않고 힘과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만을 중요시 하는... 정신병원의 실체를 밝히는 TV 프로를 본 적이 있는데 실제로 미쳐서 갇혀 생활하는 사람도 있지만 소설 속 승민처럼 이해관계의 희생양으로 갇혀서 차츰 미치게 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로렌 슬레이터’의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라는 책을 보면 정상인 사람들이 미친것 처럼 행동하여 정신병원에 들어가는 실험을 볼 수 있는데 정신병자라 판명되는 기준이 정말 애매모호 하더군요...
소설을 읽어보면 저자가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철저한 준비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간호학을 졸업하고 간호사라는 직업을 가졌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모든게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어 현실감이 더욱 느껴졌습니다. 자신의 의지대로 세상을 살아가기란 쉽지 않지만 소설 속 승민과 수명처럼 두 팔을 활짝 펴며 세상을 향해 거침없이 자신의 심장을 쏘며 살아갈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