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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떠나가면
레이 클룬 지음, 공경희 옮김 / 그책 / 2009년 11월
평점 :
진실, 그 하나로만 쓴 인간 사랑의 본질에 관한 문학적 탐구...
어린시절 동화책을 비롯하여 지금까지 읽었던 수많은 책들 그리고 영화나 드라마까지... 이들 이야기의 대부분은 힘들고 고통스러운 순간을 넘긴 주인공이 행복해지고 끝없이 사랑하는 해피엔딩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만은 않죠... 사랑이 떠나가면... 바로 이 한편의 소설이 이러한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 제목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밝은 것은 아니었지만 책을 읽고 나니 뭘랄까 현실이 너무 슬프게 느껴졌습니다. 이 책 사랑이 떠나가면은 작가 레이 클룬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하는데 암에 걸린 카르멘이 죽기까지의 2년여 동안의 부부생활을 댄의 시점으로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주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30대 중반의 직장을 가진 활기차고 아름다운 여성으로 어린 딸을 둔 카르멘... 6개월 전에는 정상이라 진단받은 그녀가 어느 날 유방암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부분을 읽을때의 느낌이 순애보적인 간호와 사랑을 예상하기도 했는데 저의 예상과는 전혀 다르더군요. 고독공포증 환자인 그녀의 남편 댄은 고독에 대한 두려움을 이기지 못해 결혼 전부터 다른 여자들을 만나 사랑하게 되고 결혼 이후와 병으로 누워 있는 아내가 있음에도 죄책감을 느끼기는 하지만 불륜을 저리지르게 됩니다. 카르멘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만으로 현실을 이겨낼 수가 없습니다. 사실 저는 아내가 투병생활로 힘들어 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다른여자를 만나고 집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댄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고 화가 나기도 했는데 오랫동안 병간호를 해보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생각해 보면 차츰 자신도 모르게 지쳐버리게 될 것 같기도 해 공감이 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댄의 행동은 조금 지나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수가 없네요... 그리고 안락사를 위해 약을 마시는 카르멘을 보고는 좀더 함께 지내면 어땠을까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적나라한 현실로 인해 마음이 불편하기도 했지만 다투고 화해하고 울고 웃는 생활속에 그들의 가장 힘든 시기에 함께 견디고 아름답게 최후를 맞았다는 점이 위안이 되는 것 같습니다. 자전적 소설이기에 책을 읽으면서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인가 많이 궁금하기도 했고 더욱 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만남과 이별... 삶과 죽음... 책을 읽으면서 제가 댄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수없이 질문을 해보았는데 확신할수는 없지만 댄과는 많이 다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생의 마지막을 앞두고 카르멘처럼 침착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기도 했고 죽음에 대해 가져야 할 태도를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남편과 딸 루나와의 이별을 준비하는 카르멘의 모습을 볼때에는 눈물이 나더군요... 슬픈 이야기이기에 슬픔이 밀려오기도 하지만 이야기속 슬픈 현실이 더욱 슬프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