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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적인 화해
장폴 뒤부아 지음, 함유선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혼란스러운 인생을 항해하는 현대인에게 제시하는 고단한 삶에 대한 유머러스하면서도 진지한 성찰...
장폴 뒤부아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인데 긴장되거나 고조되는 부분이 거의 없어 조금 지루한 면도 없지 않았지만 조용한 가운데 어느 덧 공감하게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프랑스 소설은 정말 오랜만에 읽는것 같은데 프랑스 소설을 읽을때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는 합니다.
이성적인 화해... 평소에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의 조합이라 그런지 조금의 어색함이 느껴지는 제목이기도 했는데 이어지는 갈등을 슬기롭고 지혜롭게 잘 풀어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는 내용이기에 이성적인 화해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책은 큰아버지와 아버지의 갈등, 아버지와 폴의 갈등, 그리고 안나와 폴의 갈등을 다루고 있는데 2월부터 다음해 1월까지 1년동안의 이야기이며 53살의 스크립트 닥터인 폴 스테름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9년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혼자 지내던 아버지는 갑자기 큰아버지가 사망하면서 많은 유산을 상속받게 되는데 이후 갑작스럽게 변하기 시작합니다. 큰아버지의 삶을 이해할 수 없었던 아버지였기에 항상 싫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렇게 이해할 수 없고 싫어했던 형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기 시작합니다. 폴은 이러한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어 이상하게 생각합니다. 스크립트 닥터인 폴은 죽은 영화 대본을 살리는 작업을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 폴은 죽은 영화 대본은 잘 살리면서 어느순간 부터 어긋나기 시작한 아내와의 잘못된 관계는 고치지 못합니다. 아내는 만성 우울증에 걸린 것처럼 일체의 반응과 열의를 보이지 않게 됩니다. 폴은 이러한 것들에서 탈출하고픈 마음으로 마침 작업제의가 들어온 미국으로 가게 되지만 자신 역시 정상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삶이 계속됩니다...
자신앞에 펼쳐진 현실과의 타협... 한 가족이 1년이라는 시간동안 계절이 변화하는 것처럼 여러 변화가 있었지만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계절처럼 모두 제자리로 되돌아 오면서 작가가 말하는 이성적인 화해를 하게 되지만 이것을 진정한 화해라 할 수 있을까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잠시나마 지진을 피할 수 있도록 해주었지만 악은 언제나 우리 각자의 마음속과 문 뒤에 다시 나타날 준비를 하고 숨어 있다는 부분을 읽으면서는 더욱더... 프랑스인의 작품이지만 이야기의 주 배경이 미국의 할리우드이기에 프랑스인의 눈으로 본 미국 영화계의 윌터 휘트먼의 모습과 우리나라의 김기덕 감독이 나오는 부분은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셀마와의 아침식사를 비빔밥으로 준비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현대인들의 혼란스러운 인생을 잘 보여준것 같은데 문화적 차이인지는 몰라도 어딘지 모르게 아쉬운 부분이 남는 것 같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