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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모니 실크 팩토리
타시 오 지음, 황보석 옮김 / 작가정신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킨타 협곡의 전설이 되어버린 냉혈한 조니라는 악명 높은 한 남자의 진짜이야기...
우리는 주위의 가까운 사람들에 대해 얼마만큼 자세히 알고 있을까요? 어떠한 단편적인 것만 보고 그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요? 자신이 잘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면 어떨까요? 이 책을 읽고 나니 이러한 생각들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는데 모든 사람들이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할 주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하모니 실크 팩토리... 특이한 제목과 표지로 인하여 처음 관심을 가졌던 도서인데 띠지의 "멋지고, 강렬하고, 대담한 소설. 완전히 빠져든다."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도리스 레싱의 찬사를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궁금함으로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말레이시아의 밀림 협곡에 이름뿐인 직물점인 하모니 실크 팩토리의 사장 중국인 조니 림의 50년이라는 인생을 그의 아들 재스퍼, 아내 스노, 그리고 영국인 친구 웜우드 이 세사람의 시각으로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세 사람이 이야기 하는 조니 림의 전혀 다른데 아들 재스퍼의 눈에 비친 조니 림은 냉혈한에 배신을 밥먹듯이 하는 기회주의자 이고 이익을 위해서라면 범죄도 죄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서슴치 않고 실행하면서 뒷거래는 물론 그가 살고 있는 협곡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나쁜 사람입니다. 아내 스노는 부유하고 덕망있는 가문의 출신인데 강인한 모습에 반해 부모의 정혼자를 뿌리치고 조니 림과 결혼하지만 자란 환경이 너무 달라 두 사람은 물과 기름처럼 잘 섞이지 못합니다. 재스퍼를 낳고 세상을 떠났기에 22세의 짧은 생을 산 그녀의 짧은 일기로 남긴 일상을 보면 조니 림은 가족들과 쉽게 융화되지 못하는 주변인으로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국인 친구 웜우드가 기억하는 조니 림은 순수한 미소를 가진 성실한 친구이자 자신의 집에서 아내와 둘이서 살기를 원했던 소박한 청년입니다. 그리고 친밀함과 신뢰를 보여주는 행동에 믿음이 가는 친구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조니 림이라는 한명의 인간에 대한 평가는 천차만별인데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점도 있고 사람마다 보는 관점도 다를뿐더러 상대에 따라 앞에서 행동하는 것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저 자신을 보더라도 집에서는 장난도 많이 치고 웃기는 행동도 많이 해 친근한 모습을 많이 보이지만 밖에서는 이러한 모습은 전혀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첫인상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은 인간은 겉모습만으로도 벌써 한사람의 모든 것에 대한 평가를 거의 끝내버린다는 것인데 자신이 알고 있는 겉모습이 한 사람의 모든 것은 아니라는 것을 다양한 시선에서 깊이있게 잘 보여준 작품이었습니다. 조금 지루한 느낌도 없지 않았습니다만... 문득 평소에 이웃사람들에게 착하고 성실한 사람으로 비춰졌던 사람이 상습적인 범죄자 였다는 사건이 떠오르기도 하네요...
시간은 공허함 위에 빈 테이블을 겹겹이 덮고 있는 실크처럼 쌓여간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그 천뿐이다. 테이블은 여전히 가려져 있다. - 책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