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똑같은 도시에 살고 있지만 느껴보지 못한 감정들... 나는 도시에 산다.. 책의 제목처럼 저 역시 현재 도시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도시들 중에서도 이 책의 배경이 되고 있는 부산에 살고 있지요... 부산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부산에서 생활한지 벌써 몇년이 지났습니다. 고등학교부터 소위 도시라고 불리는 곳에서 살아왔고 지금은 부산에서 살고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지금까지 나는 이러한 느낌과 생각을 가졌었던적이 있었던가?" 라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았습니다. 부산이라는 지역에 한정된 이유는 저자가 부산에 거주하고 있는 이유도 있지만 급속한 근대화로부터 탈근대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부산이 갖는 독특한 위상 때문이라 합니다. 일제강점기의 물류교통지로서 그리고 한국전쟁기의 임시정부를 거쳐 우리나라의 제2의 도시로 성장한 부산은 짧은 역사 때문에 오랜 삶의 터전 위에서 비로소 생성될 자기반성을 결여할 채 한국 근대화의 모순을 온존시켜 왔으며 마침내는 지방이 가진 건강한 자율성은 내팽개친 채 서울에의 하릴없는 해바라기와 추종을 통해 반주변부의 모순을 여과 없이 체화해 왔다고 합니다. 지역 불균등에 기초하여 발전해 온 이 나라의 곪은 속살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저자의 의도가 닮겨 있다고 합니다. 현재 부산에 살고 있어 책을 처음 보았을 때 정말 반가웠고 실려있는 사진들을 보면 먼저 "여기가 어디지?"라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조금 특이한 점은 모든 사진이 요즘 보기 힘든 흑백이라는 것이지요. 요즘은 특별한 느낌이 필요한 경우이거나 아니면 더 운치있게 보이기 위하여 일부러 흑백사진을 촬영하지 않으면 보기 힘들기에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또 책의 느낌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세개의 큰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번째는 지워지고 남은 현재들이라 하여 과거의 기억들이 모두 소거된 채 현재성만이 덩그렇게 남은 이 도시로부터 낡고 작은 기억들을 다시 불러내는 이야기들이고 두번째는 시간의 옹이, 그 견고한 장소라고 하여 소거 과정을 통해서만 주민들에게 영주권을 배분하는 도시의 비 인간적인 생리에 관한 내용이며 세번째는 탈주의 형상들이라 하여 도시의 이 생래적 모순에 저항할 수 있는 작은 실천들을 모아 놓았습니다. 말이 조금 어려운데 읽어보면 이해가 되더군요... 저자의 어린시절 이야기가 나올때면 자연스레 저의 어린시절의 추억들이 떠오르더군요... 저자와의 나이 차이는 많이 나지만 부산이라는 도시에서 살았던 작가와 어느 작은 시골 바닷가 마을에서 자랐던 저이기에 이 시간이 어느정도 가까워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다리모시와 계를 읽으면서는 그 당시에 시골에서도 이러한 모습을 볼 수 있었기에 옛 기억이 생생하게 살아돌아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당시에는 그러한 상황에서도 서로를 위로하며 걱정해주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이랬다가는 바로 철창신세를 져야 하는 각박한 세상으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저자는 무심코 지나쳐 버리는 것들에서 소중함을 발견하거나 점점 사라져가는 인간의 정과 사람냄새를 그리워 하게 만듭니다. 우리의 옛것은 이제 민속촌에나 가야 구경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으니까요... 부산에 살기 전에는 부산하면 생각나는 것이 자갈치 시장이나 해운대 해수욕장 정도 밖에 없어서 부산의 여러곳을 가보고 싶었지만 막상 부산에 살아보니 특별히 시간을 내어 이곳저곳 돌아다녀본 기억이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나마 오랫동안 살고 있어서 이름있는 곳은 거의 가본긴 했지만... 이 책은 평범한 사진책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듭니다. 과거에 대한 추억들을 사진과 함께 저자의 눈으로 재현한 아쉬움과 기대를 담은 에세이가 적절한 표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