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의 빚으로 대부업체 대표에게 묶인 채 4년을 버틴 여주와 그녀를 예외로 두기 시작한 까칠한 남주의 이야기입니다. 갑을관계에서 시작해 서로를 향한 감정을 깨닫기까지의 과정이 오해와 삽질로 점철되어 있지만, 그만큼 절실하고 진했습니다. 나이차와 신분차를 뛰어넘는 집착 어린 애정과 고수위 장면들이 인상적이었고, 특히 임신 사실을 알고 돌아버린 남주의 반응이 압권이었습니다. 재회 후 서로를 향한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이 애틋했습니다.
구월 작가님의 써티 블록은 전형적인 피폐물의 구조를 따르면서도 캐릭터들의 심리를 정교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천범주라는 캐릭터가 특히 인상 깊었어요. 입이 험하고 폭력적이지만 여한을 대하는 태도에서 묘하게 드러나는 갈등과 혼란이 정말 사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복수의 도구로만 생각했던 상대가 예상과 다른 모습을 보일 때 흔들리는 범주의 내면이 거친 언행 뒤에 조금씩 비치는 게 좋았어요.윤여한은 겉보기엔 유약해 보이지만 속은 단단한 캐릭터인데 이게 단순히 설정으로 그치지 않고 스토리 전개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액받이로 살면서도 꺾이지 않은 그의 강단과, 범주에게 점차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이 애틋하면서도 안타까웠어요.다만 강압적 관계와 폭력 묘사가 적지 않지만 그 피폐함 속에서도 두 사람이 서로를 통해 변화하고 구원받는 과정은 분명 감동적이었습니다. 복수와 짝사랑, 상처와 치유가 뒤엉킨 이야기를 좋아하신다면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