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유우지 - Field of flowers
유우지 작가님의 후회공 캐릭터를 엿볼 수 있었던 작품.
한 여자를 두고 3년 남짓 사귄 남자 장해경과 1년 좀 넘게 만난 남자 정우진.
졸지에 여자친구인 지연의 바람 핀 상대가 된 우진은 두 사람을 두고 양다리를 걸친 지연으로 인해
대학교 후배이자 그의 첫사랑이었던 해경과 그렇게 재회하게 됩니다.
하지만 대학시절 잘 나가는 유명인이었던 해경을 우진은 기억하는데반해 해경은 우진을 기억하지 못하고
여전히 변하지 않은 성격을 그대로 그 앞에서 드러내는 해경.
“모르겠단 말이죠. 차라리 반대라면 그나마 이해가 갈 텐데.”
느릿하게 입을 여는 남자에게 정우진은 의아하다는 듯 귀를 기울였다. 남자는 그런 정우진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으며 말을 이었다.
“당신과 사귀다가 나에게 한눈을 판 거라면 충분히 이해할 법한데 그게 아니란 말이에요. 굳이 정우진 씨라서 그런 건 아닙니다. 누구든 마찬가지예요. 기존에 사귀는 사람이 있다 해도 더 나은 사람이 나타나면 그리로 시선이 갈 수는 있는 일인데…… 내 여자가 왜.”
-알라딘 eBook <[BL] Field of flowers 1> (유우지) 중에서
이 상황에서 해경은 자신을 두고 바람 핀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진 동시에 흥미롭게 여기며
다시는 여친을 만나지 않겠다던 우진에게 색다른 제안을 하게 됩니다.
“한번 봐야겠습니다. 그 여자가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 그 김에 내 어느 부분이 정우진 씨보다 못하다고 여겨진 건지도 알아볼까 싶고요. 어때요, 구경하는 맛도 제법 괜찮을 것 같지 않습니까?”
-알라딘 eBook <[BL] Field of flowers 1> (유우지) 중에서
이렇게 해경의 호기심 아닌 호기심과 이 둘에게 양다리를 걸친 지연으로 인해 두 사람은 계속 연락을 주고받게 됩니다.
이 당시만해도 해경은 자신이 우진에게 빠져들거란 생각도하지 못한채 말이죠.
“그러고 보니 정우진 씨가 예전에 그런 말을 했었죠. 녹슨 사람이 나만은 아니다, 라고. 아마도 정우진 씨보다는 제가 더 녹이 슬었나 봅니다. 딱히 다른 사람 때문에 감정이 움직이거나 한 적이 없거든요.”
-알라딘 eBook <[BL] Field of flowers 1> (유우지) 중에서
지연을 핑계로 계속 만나던 해경의 단순한 호기심은 우진에 대한 감정으로 번져나가게 되고
결국 선을 넘게 되는 두 사람의 관계
“이대로 조금 더 있었으면 그 결에 그냥 잊어버릴 수도 있었을 텐데, 굳이 이렇게 다시 건드리네요.”
-알라딘 eBook <[BL] Field of flowers 2> (유우지) 중에서
한동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 위로 분명하게 느껴지는 시선을 온몸으로 받으며, 정우진은 그가 한 말을 천천히 머릿속으로 되새겨 보았다.
욕심이 난다고, 정우진을 원한다고. 그것이 이진이든 아니든.
“어떻습니까?”
따뜻한 어둠으로 눈이 가려진 정우진은 나직한 물음에 “예?” 하고 되물었다.
“저는 지금, 정우진 씨를 가져도 되냐고 묻고 있는 겁니다.”
“――.”
“순서대로 물어볼까요.”
이윽고 장해경이 손을 거두었다. 따뜻하던 어둠이 사라지고, 정우진은 천천히 눈을 떴다. 장해경이 나직이 속삭였다.
“정우진 씨의 첫사랑이 누군지부터.”
“……. 장해경 씨입니다.”
-알라딘 eBook <[BL] Field of flowers 2> (유우지) 중에서
“저는 정우진 씨가 욕심나고, 가까이에 두고 싶습니다. 분명한 건 그것뿐입니다.”
그렇군요, 하고 정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질문이 잘못되었다는 걸 안 순간부터 그런 답을 들을 줄 알았다.
가까이 두고 싶다는 말을 이런 눈으로 하는 사람이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애정이 아닌, 탐욕과 소유욕이다.
한결같다. 오래 전에 자신이 바라봤던 건 바로 이 남자였다. 타인에게 무관심한, 오로지 자신의 욕구에만―욕구라는 걸 느낄 만한 드문 것에만― 귀를 기울이는 남자.
-알라딘 eBook <[BL] Field of flowers 2> (유우지) 중에서
그렇게 깊은 관계가 된 두 사람이지만 이들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던 지연이 해경을 건들게 되고 이로 인해
우진에 대한 소유욕과 질투가 생겨난 해경은 우진이 잘 다니던 회사에서 쫓겨나게 만들고 결국 지연 앞에서 우진을 강제로 덮치는 상황까지 만들게 됩니다.
제대로 된 후회 마일리지를 쌓는 해경.
“용서라……. 저는 누구에게 용서라는 걸 빈 적이 없는데요. 앞으로도 그럴 생각은 없고.”
장해경은 심상하게 턱을 문지르며 말했다. 잠시 생각해 보는 듯한 눈치였지만, 그것은 ‘빌어 볼까’에 대해서는 아닐 것이다.
“후회를 해야 용서를 빌 텐데, 저는 후회할 일은 하지 않습니다.”
가늘게 뜬 눈이 정우진을 내려다본다. 그 담담하고 단호한 말을, 장해경은 결코 번복하지 않을 터였다.
-알라딘 eBook <[BL] Field of flowers 3> (유우지) 중에서
“정말로 장해경 씨는 남의 감정은 중요하지 않은가 봅니다. 그냥 보내 줄 수 없습니까, 지금은?”
-알라딘 eBook <[BL] Field of flowers 3> (유우지) 중에서
이기적이고 자신만 알았던 장해경은 이후 본격적으로 정우진에게 매달리며 감정에 호소하게 됩니다.
제대로 된 후회공의 모습을 보이는 해경
한참을 말없이 정우진을 바라보던 그는, 어느 순간 입을 열었다.
“저는 그렇게 못합니다.”
낮고 단호한 속삭임이었다. 그 속삭임은 희미하게 들떠 일렁이고 있었다.
“저는 정우진 씨와 그만 만나는 것, 못합니다. 저는, …―.”
-알라딘 eBook <[BL] Field of flowers 3> (유우지) 중에서
“당신을 괴롭힐 생각은 없었습니다. 난 그저, 그게 너무 소중하고 욕심이 나서, ……혹시라도 내 손에 들어오지 않을까 겁이 나서,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랐어.”
떨리는 말꼬리는 마치 신음 같다.
그리고 그때, 툭, 장해경의 뺨 위로 한 방울이 떨어진다.
-알라딘 eBook <[BL] Field of flowers 3> (유우지) 중에서
해경은 자신의 행동이 우진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남겼는지 알게되고 뒤늦은 후회와 함께 우진에게 눈물로 매달리게 됩니다.
결국 용서라는 것을 통해 다시 서로의 꽃밭에서 마음을 주고 받게 되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잔잔하면서도 애틋하게 쓰여졌던 작품.
심장이 맹렬하게 뛰었다.
보고 싶다. 보고 싶었다. 그 생각만으로 온몸이, 머리가 가득 차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장해경은 문득 깨달았다.
이것은 그의 첫사랑이었다.
-알라딘 eBook <[BL] Field of flowers 3> (유우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