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순간 몸이 얼어붙는 느낌이었다. 늘 시청하는 토요일의 쇼프로에서 정해진 공식처럼 아이돌과, 발라드 가수가 출연하는 무대를 보고 있었는데, 카레를 먹으며 보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요들송을 부르는 아저씨가 나와 <요로레이리요 레이리요 레이요르리> 하는 기분이었다.
(...) 꽤 많은 못생긴 여자들을 봐왔지만 나는 그녀처럼 못생긴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
소설의 주인공인 '나'가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를 표현한 구절이다. 보통 드라마, 소설, 영화 등의 주인공은 그녀의 새하얀 피부, 큰 눈, 찰랑대는 머릿결에 한 눈에 반하지만 이 소설의 '나'는 '못생긴'여자에게 말하자면 한 눈에 반한 것 같다. 연민인지 사랑인지 헷갈려 하긴 하지만 어쨋든 그녀를 처음 본 순간 그녀가 '나'의 마음 속에 들어왔다.
'나'의 아버지는 손수 썰은 기가 막히게 얇은 오이로 마사지를 하고 '아름다움'만을 쫓는 배우 지망생이었다. 어머니는 이런 아버지를 말없이 뒷바라지하며 응원한다. 어느 날, 아버지는 운 좋게도 일약 스타가 되었고, 어머니와 '나'를 버리고 떠난다.
'나'는 못생긴 그녀를 보며 어머니를 떠올린다. 자신은 못생겼지만 잘생긴 아버지를 사랑했고 버림받은 어머니. 그녀를 보면 슬픔같은 이상한 감정이 든다.
사실 실제에서 '못생긴'여자에게 반하기란 불가능하다. 소설에서 '나'가 그녀를 사랑하게 된 것은 어머니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 설정으로 소설의 주인공이 된 '그녀'는 '못생김'이란 특징으로 열등감과 소외감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대표한다.
'나'와 그녀, 그리고 또 한명의 주인공인 '요한' 이 셋은 백화점 알바로 만나 어울린다.
'그녀'는 인간의 연약한 부분, 소외당하고, 외면당해서 마음을 굳게 잠그고 살아가는 사람의 목소리를, 그리고 '요한'은 물질은 풍요롭지만 인간을 사랑하지 못하고 무표정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그러나 현실에 애정도 미련도 없는 사람의 목소리를 낸다.
'요한'의 목소리와 '그녀'의 목소리를 통해 많은 부분 공감하고,
특히 '그녀'가 '나'에게 보낸 첫번째 편지에서는 정말 내가 느꼈던 감정 그대로가 씌여있어서 놀라기도 했다.
이 소설은 아름답다고 말할 수밖에 없으면서도, 한편으론 속았다는 느낌도 든다. 작가의 대단한 필력에 감동을 느낄 수밖에 없지만 마냥 이 소설 속에서 공감하고 편안함을 얻고 위안을 얻고 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이 소설 속 이야기가 실화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일들이 실제로 많이 일어났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서 일까..
작가는 마지막에 말한다. 부끄러워하지 말고 부러워 하지 말자고. 그러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감동적인 말이다.
마지막 장까지 덮고 난 후 내 마음에 스며들었던 온기..
세상이 내가 원하는 모양이 아니라면 내 인생을 내가 원하는 세상으로 만들자.. 라는 생각을 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인생을 뭘까! 더럽게 인내와 노력만이 가득한 세상......
첫리뷰 끄으으으으으읏~이것도 인내와 노력이구나.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