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차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4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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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체빚 때문에 가정이 풍비박산. 아버지는 실종, 어머니와 신조 교코는 몸이 팔려 가기도 했다. 거기서 신조 쿄고는 도망나왔지만, 어머니는 끝내 병으로 사망하고 만다.

누구에게 죄를 물을 수도 책임을 물을 수도 없는 이 가족의 불행.. 왜 사채 빚을 썼습니까? 더 잘 했다면 사업이 망하지 않을 수 있었을 텐데.. 다른 이의 신분을 도용하여 살지 않고도 방법은 많지 않습니까? 이런 질문들은 의미가 없을 것이다. 사람이란 각기 자기 몫의 인생을 부여 받고 일생을 '살아가도록' 잠시 몸을 빌린 것 뿐이니...

같은 불행을 겪고도 그에 대처하는 방법은 각기 다양하다.

신조 교코는 다른이를 죽이고 그 사람의 인생을 훔치기로 한다.

그저 행복해 지고 싶었을 뿐인데....

 

그저 평범한 삶과 행복하길 바라는 욕심에 죄를 저지른 이에게 지은이는 참 관대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p.161   "성실하고 제대로 된 인간이라면 전혀 문제 될 게 없다. 다중채무를 떠안은 것은 역시 본인에게 어떤 결함이나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라고 생각하셨나요? 물론 졸음운전을 한 기사에게 과실이 있는 건 분명합니다. 그러나 그를 그런 상태로 내몬 고용주에게도 문제가 있습니다. 대형 트럭과 일반 승용차가 같이 주행하는 도로에 중앙분리대를 설치하지 않은 행정 측도 잘못입니다. 도로 폭이 좁은 것도 문제에요. 길을 넓히고 싶어도 넓힐 수 없었던 것은 자치제의 도시계획이 잘못되었기 때문이고, 땅값이 뛰어올랐기 때문이기도 하죠.

 

 

p.169  살아있는 유령. 부의 강물에 떠내려가는 버려진 이들의 무리.

p.171  보이지 않는 흐름에 떠밀려 가는, 의심할 줄 모르는 사람들의 무리 속으로. 

 

p.189  밝은 꽃무늬 벽지 한장을 뜯어내면 그 안에는 철근으로 지탱되는 단단한 콘크리트 벽이 감춰져 있다. 누구도 쉽게 돌파할 수 없고 무너뜨릴 수도 없는 굳건한 벽이. 그 철벽같은 존재의지.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서.

 

 

정보파산... 다들 들떠서 정보를 쫒기에 여념이 없어요. 그런 상황에서... 뭐가 좋다. 주식을 해라. 어느나라가 재밌다. 차는 저게 좋다. ... 사람들은 왜 그런 정보를 쫒는 걸까. 거기에 뭔가가 있다고 믿고 따라가는 것이리라.

 

 

신조 쿄고는 고독했기 때문에. 외톨이 였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신분을 사칭하고 가로챌 수 있지 않았을까. ...이름이란 타인에게 불리고 인정받음으로써 비로소 존재하는 것이다. 신조 쿄고를 이해하고, 사랑하고, 그녀와 떨어질 수 없는 인간이 존재했다면, 그녀는 결코 펑크 난 타이어 버리듯, 간단하게 '신조 쿄고'라는 이름을 내동댕이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뱀이 탈피하는 이유가 뭔지 알아요?  목숨걸고 몇번이나 죽어라 허물을 벗다보면 다리가 나올거라 믿기 때문이래요. 이번에는 꼭 나오겠지, 이번에는 하면서.. 다리 따위 없어도 상관없잖아요. 뱀은 뱀이니까. 그냥 뱀이니까. 

그런데도 뱀은 생각해요. 다리가 있는 게 좋다. 다리가 있는 게 행복하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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