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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건 싫어! ㅣ 책강아지 1
류호선 지음, 장선환 그림 / 봄볕 / 2022년 2월
평점 :
내가 어렸을 적 유치원가기 전 경험을 떠올려보면 이름쓰기부터 연습했던 기억이 있다.
땅바닥에도 써보고 종이에 연필로도 써보고, 어렸을 적에는 엄마가 연필잡는 것 먼저 알려줬던 것 같다. 우편물을 보며 아빠 이름도 찾아보고 우리집 주소도 찾아봤던 기억이 있다.
요즘 1학년은 한글을 학교에서 배울 수 있다고 안내하며 한글교육의 기초가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누리과정에서 간단하게 배우기는 하지만 저마다 수준차이가 있다보니 입학학 1학년 아이들 역시 한글을 읽고 쓰는 수준의 차이는 엄청나다.
책 속의 주인공은 입학을 앞둔 7살 토리의 쓰기의 진화과정을 보여준다. 제대로 한글 공부도 하지 않았는데 읽기도 쓰기도 어려운 것은 당연한 논리다. 그런 어려움을 헤아려주지 못하는 주변의 어른( 부모님은 물론이고 친척들과 이웃들까지)의 모습에서 어쩌면 나의 기준만을 강조하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보게 된다. 내 자녀들, 내가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 역시 어쩌면 나의 기준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어쨌든 우리 나라에서 한글을 모르면 생존하기 힘드므로 조금씩 읽어가고 쓰게 되는 토리.
마지막 부분에서 돌아가신 할머니께 쓴 편지를 찬찬히 읽고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쓰는 건 싫지만 할머니께서 읽으실 거라고 생각하며 한글자 한글자 꾹꾹 눌러썼을 토리의 모습이 떠오르다보니 감정이 격하게 치밀어 올랐다. 더불어 아이들이 한글을 읽고 쓰는 것에 대해 진정으로 자기 필요성을 느낀다면 더 즐겁고 재미있게, 훨씬 속도감있게 익힐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모든 배움에는 결핍이 있어야 성장한다는데 과연 나는 어떤 결핍이 있어서 배움을 이토록 갈망하는지 토리를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