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히메 1
타카노 와타루 지음, 조은경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이 이야기는 한 소녀의 눈을 통해 본 세상의 이야기다.

그대로였다면 아무 것도 아닐, 아무도 모르는 평범한 삶을 살아갔을 한 소녀가 서두의 만남에 의해 세상으로 나오게 되고, 그럼으로 보게 되는 세상의 이야기.

왕이 존재하고, 신분제가 존재하고, 상투적인 권력 싸움이 등장하지만 그것이 조금도 식상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너무나도 담담하게 그것을 바라보는 소녀의 시선 때문일까. 또는 그 시선 너머에 존재하는 애정 때문일까.

고아였던 소녀가 아홉 살 때 만난 두 사람의 남자 - 텐과 토에는 소녀에게 갑작스런 변화를 제공하고, 그 변화를 겪으며 차츰차츰 성장해 가는 소녀, 카라스미는 두 사람에게 강한 애정과 믿음을 가지고 있다. 두 사람에게 받는 애정과 주고받는 마음. 그 때문에 피가 튀고 생명이 꺼져 가는 잔혹한 세상의 일면을 보면서도 소녀의 눈은 따뜻함을 잃지 않는다.

비유하자면 황무지에 핀 한 송이의 꽃 같달까. 자신이 권력 다툼의 한복판에 서 있고 맞서고 싶지 않은 상대와 맞서야 하는 현실을 알면서도, 어린 아이라면 보통 피하고 싶어하는, 아니 이해조차 하지 못하는 현실을 카라스미는 담담하게 바라보고 맞서 나간다. 찐 옥수수를 좋아하고 노는 것을 좋아하는 보통의 소녀이면서도 어른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현실에 지지 않는 강함이 그녀의 안에 잠재해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배경 구조이면서도 이 이야기가 독특함을 잃지 않는 것은 그런 카라스미라는 캐릭터가 중심에서 균형을 잡아 주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물론 그녀 하나만으로 모든 것이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텐과 토에, 그리고 말없이 지켜주는 히카게, 그 외의 다른 공주들. 여러 개성있는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눈을 뗄 수 없는 사건을 만들어 간다. 하지만 둥글게 퍼져가는 동심원을 보는 듯, 이야기 속에서 가장 진취적으로 움직이고 행동하는 두 사람, 텐과 토에는 가운데에 카라스미가 없다면 그 톡톡 튀는 개성에도 불구하고 그저 그런 캐릭터로 떨어지고 말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후기에서 작가가 말하는 부분이 충분히 이해가 가고도 남았달까).

권력을 얻기 위해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 그 과정에서 희생되는 사람들, 충분히 잔혹할 수밖에 없는 세상인데도, 그런 세상을 '보기 위해 나왔다'고 말하는 카라스미의 눈은 더없이 맑다. 어린아이다운 천진함, 그러나 동시에 어린아이답지 않은 깊은 생각을 지니고 있는 카라스미가 이런 따뜻한 시선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그 옆에서 지켜주고 있는 텐과 토에가 있기 때문이다. 목적을 위해 시작된 만남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애정과 조건 없는 믿음이 그 관계의 밑바탕에 깔려 있기에, 그것은 냉혹한 세상에서 카라스미를 지탱시켜 주는 기반이 된다.

희대의 사기꾼 두 사람과 그들의 공주.

"셋이서 천하를 훔치러 가자"는 그들의 말처럼, 무한히 뻗어나갈 것 같은 길을 계속 걸어가는 세 사람의 앞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두근거리는 기대감과 함께 언제까지나 지켜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사랑스러운 이야기.

오랜만에 가슴이 꽉 찬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 주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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