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만날 수 있을까요?
김연지 지음 / 처음북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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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행각을 하는 연인들을 보면 사랑이 그리 좋을까? 라는 반문이 들곤 한다. 소개팅 앱을 통해서 만난 안면도 없는 남자를 사랑한다고 말하면 그것도 그 남자가 한국이 아닌 뉴욕에 사는 남자라면. 영화 <Her>처럼 서로의 얼굴은 볼 수 없어도 정신적으로 교감을 나누는 그런 사랑은 사랑일까 그저 심심풀이 땅콩일까? 에필로그를 읽으면서 약간 충격이었던 것이 사랑에서도 강자와 약자가 나뉜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이토록 엇갈릴 수 있는 인연이 있단 말이야? 실화라고 해도 꾸며진 이야기처럼 신빙성이 없었다. 영어도 지리도 모르는 20대 후반의 여자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오롯이 사랑을 위해서 11,000km를 갈 결심을 하다니 무모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졌다.

 

 

 

 

그녀가 쓴 글에서 그 미스터 프린스라는 남자를 향한 마음이 아무런 감정 없는 글자에서 막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녀가 뉴욕에 있는 동안 그 남자가 뉴욕으로 돌아오기를 속으로 응원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이어질 인연이 아니었다고 생각한 여자는 삐뚤어지기 시작한다. 같은 숙소에 머무는 룸메이트와 클럽에 가고, 영어를 배우기 위해 여자 혼자 무작정 흑인 남자의 차를 타기도 하는 대범함을 보인다. 3개월 동안 뉴욕에 있으면서 그녀에게는 여러 사건들이 일어난다. 그 사건 중에 미스터 프린스와의 만남은 없다. 하지만 그녀는 뉴욕이라는 지역에 빠진다.

 

 

 

 

주변에서 그녀가 미스터 프린스를 만나러 가겠다고 말했을 때 굳이 그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냐며 말렸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는 이제껏 자신이 살아온 삶의 방식대로 마음이 시키는 대로 비행기에 올랐다. “난 지금까지의 삶이 모여 지금의 네가 됐다고 생각해. 그리고 내가 봤을 때 지금의 넌 재미있고, 유쾌하고, 매력적이고, 굉장히 멋지지. 그럼 넌 지금까지 잘 살아 온 게 아닐까? 지금처럼 살아. 그게 너야.” 뉴욕에 도착하던 첫 날 그녀가 앉았던 빨간색 의자에 다시 앉아서 만난 외국인이 해준 그 말이 그녀에게 큰 용기를 주었다. 그것은 실로 나이스 타이밍이었다.

   

 

 

   

여전히 나는 네 마음대로 살아, 네가 주최가 되어 살아, 인생은 네가 선택하는 것이야 와 같은 말들이 때로는 무성의하게 때로는 두렵게 느껴진다. 뜬구름 잡는 이 환상적인 말들은 바다의 깊이 같다. 얕은 바다는 누구나 쉽게 접근 하며 그 속에 어떤 물고기가 사는지 알 수 있지만, 끝이 어딘지도 모르는 컴컴한 깊은 바다 속에는 미지의 생물들을 볼 수 있으니까. 그러나 가보지 못한 사람은 영원히 모를 사실. 난 거의 내가 주최가 된 삶을 살아본 경험이 없기에 앞으로도 쭉 그렇게 못할 것 같은 불안함이 엄습한다. 시간은 흐르고 성장은 더디고 성격은 멈추어간다. 성격의 완성도가 견고하고 단단해지기 전에 허물어보려는 시도는 해봐야지.

     

 

 

 

 

 

 

지금 이 순간 어떻게 뉴욕으로 3개월이나 떠날 결심을 할 수가 있어요?” 라고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내 대답은 딱 하나. Love will show you everything(사랑이 모든 걸 말해 줄 거예요) -p31 <한국에 사는 여자, 미국에 사는 남자>

 

 

 

 

얼마에요?”

내 질문이 끝남과 동시에 나는 생각지도 못 한 뉴욕 엔젤 2호를 만날 수 있었다.

오늘 당신의 하루에 행복한 일도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가뜩이나 핸드폰 잃어버려서 속상할 텐데. 그냥 마셔요.” 세상에……. 아직 세상은 따뜻하고, 그 세상 안에는 좋은 사람이 참 많다. 그의 한 마디는 온종일 핸드폰을 찾으러 돌아다니느라 지친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주기에 충분했고, 심지어 착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p181- <New York! 넌 나를 위해 존재해>

 

 

 

 

섬머의 인연은 반드시 있어요! 사랑을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내가 장애인이라고 해서 사랑을 포기했다면 아마 난 지금처럼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지 못했을 거고, 그럼 이 여자를 만나지도 못했겠죠. 그렇게 생각하면 끔찍해요. 난 아무리 힘들어도 사랑을 포기하지 않았어요. 꼭 내 인생에 아름다운 음악을 쓰게 해줄 사랑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왔고, 만났어요. 이 사람이 내 음악이에요.” -p279- <뉴욕과 사랑에 바지다>

 

 

 

 

참 아이러니한 게, 세상은 보통 많이 가진 자가 강자인데 연애는 그렇지 않다. 연애는 사랑을 더 많이 가진 자가 약자다. 그런데 그게 진정한 의미에서 약자이냐, 그렇게 들어가면 또 섣불리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참 아이러니하다. -P302-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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