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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 격하게 솔직한 사노 요코의 근심 소멸 에세이
사노 요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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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 에세이 사이의 글을 쓰고 싶다고 어느 순간부터 주변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내게 소설‘거대한 상상력이 필요로 하는 것’ 으로 인식 되었다. 그리고 에세이‘삶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무수히 많은 경험을 요구하는 것’ 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소설이면 소설 에세이면 에세이 명확한 구분을 짓고 싶지 않다. 나의 글은 소설임과 동시에 수필이었으면 좋겠고 쓸 것이다. 정확한 그 사이를 넘나들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이 책을 읽는 순간 내가 추구하는 글쓰기의 방식이 바로 이것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함은 없지만 평범한 일상 속에서 그 평범함을 특별함으로 만드는 재주를 가지고 있는 사노 요코. 그런 능력의 기초는 사소한 것들을 ‘관찰’ 하고 그 순간 들었던 생각들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녀가 마음만 먹는다면 이렇게 맛깔스러운 책을 얼마든지 출판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또한 에세이로 분류되지만 그 안에는 그녀의 소심한 상상과 솔직함이 담겨있다. 생각이라는 것을 상상으로 구분해야 할지 말지는 모르겠다.

 

 

 

 

#1. <누울 수 있다는 것>

어젯밤 지친 몸을 이끌고 터벅터벅 언덕을 올랐다. 막차 버스는 끊겼고 역에서 집까지 가는 10분 남짓 안 되는 그 거리가 매우 버겁게 느껴졌다. 집으로 돌아와 이불 한 장 깔려 있는 바닥에 누웠다. 절로 웃음이 나왔다. 중력 덕분에 나는 땅의 마찰을 느낄 수 있고 서있는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깊은 안식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에. 그 날 아침 새벽 일찍 일어나 지하철을 탔다.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아직 하루를 끝내지 못하고 집으로 막 돌아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마지막 환승지로 가는 구간에서 한 여자가 꾸벅꾸벅 졸더니 내 어깨를 연달아 쳤다. 그녀는 고개를 팍 숙이기도 했고 오뚝이처럼 좌우로 목을 흔들기도 했다. 그녀가 창피함과 싸워 이겼다면 나처럼 쾌락을 느꼈을 텐데.

 

 

 

 

#2. <신호>

몸의 긴장이 풀리면서 날카로웠던 신경 세포들도 축 처진다. 이어서 배에 신호가 전달된다.

화장실 변기에 앉아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 언제부턴가 휴대폰이던 책을 들고 읽는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도 그런 장운동의 신호가 느껴지면, 잠깐의 여유라 느껴져 반가울 지경이니 나란 놈은 별종이다.

 

 

글이라는 것은 잘 쓰고 싶다는 마음으로는 되질 않으니 참 애석하다. 그러나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솔직해지되 모든 사실을 있는 그대로 쓸 필요는 없다. 우리에겐 숨기고 싶은 것이 있고 때로는 이랬으면 어땠을까? 라는 질문도 던지면서 그 상황을 상상으로 쓸 수 있다. 내가 관록 있는 사노 요코처럼 글을 쓰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나이를 먹거나 보다 많이 상상 하거나.

 

 

 

 

 

 

 

 

“산다는 건 뭘까?”

“죽을 때까지 이렇게 저렇게 어떻게든 한다는 거야. 별 대단한 거안해도 돼.”

“그럴까나, 아야가 말이지, 그 앤 서비스 담당이니까, 내가 멍청하니 있으면 마구 떠들어 대면서 나를 웃기려고 해. 웃어 주지만 말이야. 우후훗”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안 해도 되잖아. 바다 보고 있으면.”

나는 인격자다. 나는 또 말한다. “나 너 좋아해. 넌 제멋대로고 뭐든 열심이고. 아, 나 널 좋아하는구나 하고 때때로, 후다닥 생각하는 경우가 있어. 네가 살아 있기 때문에 나도 살아 있는 게 기쁘다고 생각할 때가 있어.” -<인격자와 우울증中> p107-

 

 

 

 

그러나 이별이라고 하는, 인생의 도정에서의 죽음은 우리의 혼과 육체로 견뎌 내야 한다. 아마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그때 마음을 위로해 줄 따뜻한 말 한마디 같은 게 있을까. 헤어지자는 인간으로부터 듣고 싶은 말이란 게 도대체 있을 수나 있을까.

마음 독하게 먹고 “싫어졌어, 얼굴도 보고 싶지 않아” 하고 말을 뱉은 다음, 상대로부터 경멸과 증오를 몸으로 받아 낼 각오가 없다면, 사람과 헤어지는 일은 안하는 게 좋다. 헤어질 때는 괜히 좋은 소리 하지 말고 독하게 말하는 게 정답이다. 단 한마디의 이별의 말이 실로 다양한 드라마를 상상하게 한다. 이별도 상상으로 해 보는 건 재밌네. -<말中> p214-

 

 

 

 

“너같이 못생긴 애를 누가 데려가겠니.”

나의 미래는 아버지에 의해 예측당한 거나 마찬가지다. 나는 어머니 하고 똑같이 생겼으니까, 나도 아버지 정도의 남자를 꼬이는 것은 가능했는데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책을 읽으면서 초조해 하지 않는다. 내가 나를 알았다고나 할까. 더 이상 아무 인물에게나 나를 일치시키려 노력하지 않는다. 나도 세월의 흐름과 함께 나의 ‘입장’이 생긴 것이다.

-<잘 가오 신데렐라中> p309-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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