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엔 돌아오렴 -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
416 세월호 참사 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엮음 / 창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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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누군가는 말한다. 이제 그만 하자고. 보상받을 거 다 받은 것 아니냐고. 공동체를 강요 했던 과거와는 달리 한 개인의 만족과 삶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개인주의의 슬로건 “나만 아니면 돼!”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외쳤던 그 말이 모질게 느껴진다. 240일 동안 세월호 유가족들의 인터뷰를 담아놓은 이 책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언론과 정부에 대한 ‘진짜모습’과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실망감이었다. 사건이 일어난 후 얼마지 나지 않아 언론은 ‘전원 구조’ 라는 말도 안 되는 오보를 내보냈다. 배가 기울었다는 자식들의 말에 부모들은 학교로 모인상태였다. 그 말을 들은 부모들은 안심했다. 하지만 진도 체육관으로 가는 길에 언론의 말은 점점 바뀌어갔다. 그들이 진도 체육관에 도착했을 때 해경들은 구조작업을 하고 있지 않았고 그들은 생존자 명단에서 자식들의 이름을 찾기에 급급했다. 울부짖으며 이름을 불렀다. 기자들은 카메라 플레쉬를 터트리며 기삿거리를 꾸며내는데 집중했다.

 

 

 

 

 

 

아직 빛조차 보지 못한 그 어린 나이의 학생들이 하염없이 구조를 기다렸는데 누구하나 책임지고 그들을 구하려는 시도조차 보이지 않으니 얼마나 절망하고 원망했겠는가.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자는 구체적인 방안과 시행 명령을 내리지 못했고 배의 선장이라는 사람은 가만히 기다리라는 말을 내뱉고 먼저 빠져나왔다. 세월호 사건은 역할수행에 대한 책임감의 부재로 벌어진 참사라고 할 수도 있다. 긴급 상황에 대한 매뉴얼과 가이드라인은 무용지물이었고 안전장치를 구축하자는 취지에 특별법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또 한 번 실망감을 안겨다 주었다.

 

 

 

 

 

 

남겨진 유가족들은 거리에 나가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으면 하나도 진행되는 것이 없었다. 청와대에 가서 단식 투쟁을 하고 진상규명을 요청하고 목소리를 냈지만 그들이 원하는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들은 스스로 대책위원회를 조직하고 진상규명을 위해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그들의 진심을 모든 사람들에게 전달 할 수는 없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단 한 사람이라도 귀기울여준다면, 다음에 벌어질 사고에 대해서 우리는 좀 더 현명하게 대처 할 수 있지 않을까.

 

 

 

 

 

 

시간을 내어 팽목항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그 당시의 나 역시 그 사건에 대하여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서명운동에 동참을 하긴 했지만, 내 서명이 이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 것인지 몰랐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은 내가 헤아릴 수 없는 큰 아픔이다. 그들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고 삶에서 아주 큰 중심을 잃어버렸다. 방황하고 고통스럽지만 그래도 그들은 다시 일어나 자식들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들은 그래야 될 것 같다고 말한다. 2년이 훌쩍 지났지만 여전히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들의 시간은 2014년 4월15일에서 멈추어 있다. 수많은 희생자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잊지 않는 것이다. 지금도 거리를 걷다보면 세월호와 관련한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다음에 그들을 본다면 잊지 않았다고 말 할 것이다.

 

 

 

 

 

 

 

우리 부모님들이 겪었잖아요. 공공방송이나 정치판에서 똑같은 장면을 두고도 어떻게 말들이 달라지고 뒤집히는지를요. 가슴 뼈저리게 겪었잖아요. 똑같은 내용도 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백명이 죽고 천명이 죽어요. 무죄가 살인죄가 되고 살인죄가 무죄가 돼요. 그래서 이 방송만은 고난도 기술 따지지 말고 순수하게 가자. 아이디어를 내는 건 좋은데 자꾸 세상 권력의 흐름에 끼어들어 똑같이 머리를 굴리면 안돼요. 우리는 순수해야만 침몰하지 않습니다. 순수성을 잃어버린 순간 다 말려듭니다.

-p185-  첫 마음을 잃지 않아야 침몰하지 않습니다>

 

 

 

 

 

말은 품어내지 못하는 것이 많다. 이를테면 누군가에 관한 기억이 그렇다. 내뱉자마자 사그라지는 이야기 속에서 기억은 쉬이 흩날린다. 음절과 음절, 어절과 어절이 끊고 매조지는 동안에도 흔적은 조금씩 희미해진다. 결국 말은 쌓여갈수록, 기억되는 이를 그만큼 가라앉힌다. 애당초 기억은 온전하지도 않다. 바람, 감정, 판단은 매순간 기억하는 이의 머릿속을 마름질한다. 그 와중에 기억하고 싶은 것과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 기억해야 한다고 믿는 것과 기억하면 안 된다고 믿는 것이 엇갈린다. 결국 말이 반복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남겨지는 것은 두루뭉술한 잔상뿐이다. -p199-<블로그, 그리고 수현이의 ‘버킷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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