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크로스 더 투니버스 트리플 4
임국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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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투니버스에 열광하던 세대는 아닙니다.


  투니버스가 가정에서 서비스되기 이전의 할리우드 및 팝 음악 등 문화에 심취한 키드였고 성년이 된 이후에 초기 1990년대의 인터넷 초창기 문화와 그 전부터 있던 오락실에서 가정용 게임기와 개인용 컴퓨터 등 나름 격변의 시대를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임국영 소설인 어크로스 더 투니버스는 90년대생으로서 이러한 변화의 초창기 시대에 십대를 지냈던 우리 곁에 언제나 있을만한 이웃집 어린 동생의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었습니다.


  각기 다른 화자를 통해 그 시절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3가지 이야기는 동일한 시대를 관통하는 분위기와 추억을 가지고 있어서 마치 연작 소설을 읽는 느낌을 줍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런 대단한 갈등이나 극적인 사연은 없지만 그 시절은 개인적으로 중요했던, 소중했던 가까운 사람들, 사건들, 변화들, TV 프로그램, 음악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있던 추억들이 방울방울 떠오르기도 합니다.


  저자는 이러한 추억을 단순히 회상으로 나열하지 않고 그 안에서 다 읽고 나면 뭔가 뭉클한 스토리 텔링을 하는데 담담하면서도 디테일한 묘사로 그 시절에 완벽하게 돌아가도록 합니다.


  이 소설에서는 제 개인적인 삶과 공통분모를 많이 찾아볼 수 있었는데, 그 어느 것 하나 끝까지 완벽하지 못했고 허술했던 저에게 그 당시 세계를 온전히 사랑했던 저자를 통해 경험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충족시켜주었다는 것에 대해 만족감을 느꼈습니다.


  게임을 직접 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이 플레이하는 것을 뒤에 앉아서 보면서 몸을 이리저리 피했던 추억은 현재 수많은 인터넷 게임 방송의 초창기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게임 플레이어가 아닌 관람자의 역할을 많이 했던 저에게는 삼삼오오 오락실에 모여 동네 챔피언의 플레이를 구경했던 경험이 현재의 게임 스트리밍 방송 관람으로 이어졌으며 소설 속 인물인 도진이 원경과 함께 보글보글의 마지막 숨겨진 엔딩까지 보는 장면에서 동일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무도 가보지 못했던 그 경험을 이 책을 보면서 함께 나누고 싶고 그만큼 추억이 중요하다는 것을 작가는 우리에게도 알려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하루만에 모두 읽을 수 있을 만큼 짧은 소설이었지만 그 여운은 다른 두꺼운 소설보다 개인적으로 오래갔다고 생각합니다.


  사랑의 대상을 어린 시절의 추억 자체로 가지고 싶은, 그리고 그러한 것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 좋은 소설을 만나게 되어서 읽는 내내 공감할 수 있고 나라는 사람을 만든 근원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다시 반짝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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