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자본 (양장)
토마 피케티 지음, 장경덕 외 옮김, 이강국 감수 / 글항아리 / 201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프랑스혁명 200주년일 뿐만 아니라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해이기도 한 1989년에 열여덟 살이 된 세대에 속한다. 나는 또한 공산주의 독재의 붕괴에 관한 뉴스를 들으면서 성년이 되었고 그런 체제나 소련에 대해 애정이나 향수를 털끝만큼도 느낀 적이 없는 세대에 속한다. 나는 반자본주의의 관례적인 그러나 게으른 수사에 속아 넘어가지 않을 만큼의 예방접종은 받았다. 그런 수사들 중 일부는 한마디로 공산주의의 역사적 실패를 무시하는 것이었고, 많은 부분은 그 실패를 넘어서는 데 필요한 지적 수단들에 등을 돌렸다.

 

 

나는 불평등이나 자본주의 자체를 비난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 더구나 사회적 불평등은, 그것이 정당화되기만 한다면, 다시 말해 1789년 프랑스혁명 당시의 인간과 시민의 권리에 관한 선언 제1조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사회적 차별이 오직 공익에 바탕을 두는, 그 자체로서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나는 아무리 대단치 않은 것일지라도 사회를 조직하는 최선의 방법에 관한, 그리고 공정한 사회질서를 이루기 위한 가장 적절한 제도와 정책들에 관한 토론에 기여하는 데 관심이 있다. 더욱이 나는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적용되고 민주적 토론을 통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법의 지배 아래 정의가 실질적으로 실현되는 것을 보고 싶다.

 

 

박사학위 과정을 끝낸 직후 보스턴 근처의 한 대학에 채용되었던 스물두 살 무렵 내가 아메리칸드림을 경험했다는 것을 덧붙여야겠다. 이 경험은 여러모로 결정적인 것이었다. 나는 그때 처음 미국에 발을 들여놓았는데, 나의 연구가 그토록 빨리 인정을 받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미국은 자신들이 원할 경우 어떻게 이민자를 끌어들여야 할지를 아는 나라였다! 그러나 또한 내가 곧 프랑스와 유럽으로 돌아가기를 원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스물다섯 살에 그렇게 했다.

 

 

부의 분배의 역사적 동학과 사회계층 구조를 이해하는 데 진전을 이루려면 우리는 분명히 실용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고 경제학자들뿐만 아니라 역사학자, 사회학자, 정치학자들의 연구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우리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시작해 그에 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학문 분야에 관한 논쟁과 영역 다툼은 거의 또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내 생각으로는, 이 책은 경제학 못지않게 역사에 관한 책이다.

 

 

이 책의 단 하나의 목적은 과거로부터 미래를 여는 몇 가지 그리 대단치 않은 열쇠를 찾아내는 것이다. 역사는 언제나 스스로의 길을 찾아내므로, 과거에서 얻은 이 교훈들이 얼마나 실제적인 유용성을 가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나는 그 중요성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처럼 굴지 않고 그것들을 독자들에게 제시한다.

 

_토마 피케티 <21세기 자본> 서문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