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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청년 바보의사
안수현 지음, 이기섭 엮음 / 아름다운사람들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위드블로그에서 리뷰어로 선정되었다는 문자를 받고 한동안 머리가 멍했다.
내가 리뷰어로 선정된 책은 종교 에세이 '그 청년 바보의사'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전도를 사명으로 하는 소수의)종교인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길가다가 '도를 아십니까?' 하는 사람들에 수 없이 붙잡혀 보기도 했고, 매주 똑같은 요일 똑같은 시간에 벨을 '띵동' 하고 누르는 열혈 종교인들의 방문에 신물이 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고등학교때 정말 하나님을 좋아하는 친구들의 교회 전도는 정말 견딜 수가 없었다.
내가 싫어서 안 믿겠다는데 도대체 왜 자꾸 믿으라고 하는건지,
정말 신이 있다면 내 눈앞에 데려와 보라고!!!!
..라고 좀 진부한(?) 말을 하며 신경질을 내던 내가 종교 에세이를 읽게 될 줄이야.
나는 하나님을 믿지 않는다. 예수님도 믿지 않는다. 부처님은 말할 것도 없다.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아갔다고 하는데, 그게 진짜인지 궁금하다. 그냥 이 청년이 '된 사람'은 아니었을까? 알라딘에서는 이 책의 카테고리를 기독교에세이, 종교인이라고 해 놓았다. 과연 책에는 어떤 내용이 적혀져 있을지.. 터무니없는 하나님 찬양일지, 아니면 정말 눈물나는 사람의 이야기일지.
이렇게 삐딱하게 썼던 신청글이 당첨 될 줄은 몰랐다. 세상은 참 요지경인 듯. 어쨌든! 삐딱한 마음을 가지고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이 책은 안수현 의사가 직접 썼던 일기를 에세이 형태로 모아놓은 모음집이라고 할 수 있다. 중간중간 안수현 의사를 잘 아는 분들의 짤막한 이야기도 실려있다.
위 사진의 주인공이 바로 안수현 의사다. 33살의 젊은 나이에 안타깝게 숨진 바보의사.
그가 세상을 떠나자 조문객 4000여명이 줄을 잇고 눈물을 흘렸다. 병원 매점 앞에서 구두를 닦는 아저씨부터 식당에서 일하는 아주머니, 노점상 할머니까지 눈물을 훔쳤다고 한다.
의학계에 뚜렷한 업적을 남긴 것도 아니고, 유명한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소위 말하는 간부급도 아닌 젊은 의사의 장례식에 조문객 4000명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 생각한다. 이 대목은 안수현이라는 의사가 얼마나 진실 된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했는지 알게 해준다.
첫 장을 펼쳤을 때는 읽을만 했다. 흥미도 생겼다. 그런데 점점 한장 한장 넘길 수록 좀 괴로워지기 시작했다. 그건 생판 모르는 종교용어들이 나오기 때문이었다. 종교의 종짜도 모르는 내가 설명도 쓰여있지 않는 그 단어들을 어찌 알겠는가.... ㅠㅠ (주석 좀 달아주십셔!!)
또한, 책을 읽어나갈 수록 종교인이 아닌 나에겐 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많았다. 왜 환자들에게 신앙을 구하게 하는 것일까. 절박한 상황에서 신을 찾게 되면 신이 그것을 보듬어주기라도 한단 말인가? 기적적으로 살아날 수 있게 해준단 말인가?
추측컨데 그는 환자와 환자가족에게 신앙이라는 믿음을 주면서, 마음 한켠에 의지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준 것 같다. 힘들고 지쳤을 때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설령 그게 신일지라도 심적으로 엄청난 안정이 되기 때문이다.
꼭 종교적인 일 뿐만이 아니더라도, 그는 존재 자체가 환자에게 의지가 되는 사람이었다. 늘 한결같고, 사람을 대할때 한점 거짓이 없다. 대가 없는 사랑을 추구하고, 모든 이에게 사랑을 주었다. 그래서 일까, 책 제목이 바보의사인 것이. 흔히 바보라는 단어는 어리석은 사람을 지칭하는 말로 해석되지만, 이 단어 만큼 안수현 의사를 잘 표현한 말 또한 없을 것이다. 전혀 부족하지 않은 삶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희생과 인내를 모토로 살아온 삶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든 생각은 딱 한가지. 이 사람은 타고 났다. 그가 하나님의 뜻을 따랐다고 하지만 나에겐 눈에 보이지도 않는 예수님의 뜻 따위는 모르겠고, 그냥 안수현이라는 사람이 참으로 진실하고 된 사람이었기 때문에 이만큼 사랑을 전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와 인연이 닿았던 모든 사람이 부러워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