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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공가의 치부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141
에밀 졸라 지음, 조성애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3월
평점 :
발자크의 ‘인간극’을 읽은 적이 있다. 온갖 종류의 인간들을 냉소적으로 블랙코미디처럼 적어놓은 글은 실소를 나오게도 하고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공감되는 현재의 모습들이 있어서 씁쓸하기도 했었다. 바로 이 발자크의 ‘인간극’에 비견되는 에밀 졸라의 ‘루공-마카르’ 총서 중 그 시발점인 #루공가의치부 를 읽어보게 되었다.
소설은 19세기 프랑스의 가상도시, 플라상을 배경으로 어떻게 루공가가 타인을 이용해서 권력과 부를 싸하 출세를 하고 중앙에 진출하게 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1851년 나폴레옹 쿠테타때 프랑스 대부분 지역에서는 무관심했으나 1848년 2월 혁명 이후 남부 지역에서는 항거 운동이 있어났다고 한다. 이런 역사적 소재를 다루면서도 기회주의자적인 루공 부부의 지극히 이기적인 행보를 통해 읽는 이로 하여금 인간 본성을 직면하게 만든다.
정말 #에밀졸라 답다.
권력자들에 대한 비판을 고발함과 동시에 역사속에서 계속 반복되고 있음에 대한 고발, 소외되고 이용당하는 약자들의 고통 등을 담담하면서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려고 하는 #자연주의문학 을 제대로 맛볼 수 있었던 시간이였다. 에밀 졸라의 매력을 한껏 맛볼 수 있는 이 책, 적극 추천하고 싶다. 이어지는 이야기도 궁금하다.
_한 집안, 즉 한 작은 집단이, 한 사회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열 명이나 스무 명의 개인을 탄생시키면서 어떻게 성장해 나가는 지 설명해 보고자 한다. 이들은 언뜻 보기에는 아주 다르게 보이지만, 이들을 분석하면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것이 보인다. 유전은 중력처럼 그 나름의 법칙이 있다._p7 서문에서
_노동자 계층에서, 이들 불우한 자들, 무지한 사람들, 그 사람들에게서 옛날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그럼 미개한 사랑들을 종종 다시 발견하게 되는데, 젊은이들은, 혼란스러운 그날 밤까지, 그런 환경 속에서 태어나는 순진한 목가적 시간을 살았던 것이다.
아버지가 총으로 헌병을 죽여, 감옥에 들어갔을 때가, 미에트의 나이 겨우 아홉 살이었다._p269
_...피에르는 특히 꼼꼼하게 단장했다. 그의 머리를 빗겨 주고 넥타이를 매어 준 것은 바로 그의 아내였다. ..... 얼마나 대단한 날인가! 루공 부부는, 영광스럽고 결정적인 전투의 날처럼, 지금도 그날을 이야기한다. 피에르는 곧장 시청으로 향했다. 그가 지나갈 때 놀라는 사람들의 시선이나 말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거기에서 이제는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자 하는 남자로서, 위엄 있게 자리 잡았다._p4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