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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를 쓰다, 페렉
김명숙 지음 / 파롤앤(PAROLE&) / 2024년 12월
평점 :
_욕망을 나무랄 수 있을까? 사물에 대한 탐닉, 지적 허영을 흉볼 수 있을까? 그러기에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누구나 예외 없이 소비하는 인간으로 꾸준히 진화해 온 것 아닐까. 소비의 대상이 사물인건 무의 기호건, 아니면 지적 유희건, 우리는 늘 허기지고 목마르므로._p35
_상상으로의 도피는 신비를 사는 일이다. 상상과 실제, 그 경계가 모호한 이들, 예술가들이 행복과 기쁨을 찾아 떠나는 상상으로의 도피는, 이성의 시대에 오히려 그 반작용으로 뜨거운 불꽃이 타올랐다._p77
20세기 프랑스 문학 작가 조르주 페렉의 ‘사물들’을 따라 걷는 파리, 사물들 속 커플 실비와 제롬을 통해서 비교문학자가 풀어내는 당시의 파리에 대한 이야기를 #파리를쓰다페렉 으로 만날 수 있었다. 그 시절 현지인이 되어 이들의 바램, 몰랐던 풍경들, 영화나 예술 작품들, 음식 등 파리에서 지내는 시간을 함께 즐겨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저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우아하고 지적이면서도 날카롭게 물질에 젖어드는 문화의 생성을 비판하고 있었다.
인간의 사물에 대한 탐닉을 이해하는 한편, 이를 채워주는 예술이 돈이 되는 현장의 시작을 시니컬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말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왜 예술가들이 창작활동을 할 수 밖에 없는지, 인생은 어떻게 이뤄져 가는지... 읽고 걷고 사유하며 뱉어내는 일들이 결국은 다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실비와 제롬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글을 통해 만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읽다가 조금은 산만해지는 지점도 있었고, 이 책의 토대가 되는 ‘사물들’을 먼저 읽었으면 좋았겠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어서 예상보다 완독시간이 더 걸렸었다. 하지만 권태를 통해서 보는 초현실주의 탕기의 그림, 몽상가들이 가득한 도시 속의 박물관, ‘사람들을 빨아들이는 파이프라인 같은 도시’ 등과 같은 확장성은 바로 ‘파리’ 였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지금의 파리를 더 촉촉하게 만날 수 있는 이 책, 좋다..
_가속도가 붙는 세상을 아무리 해도 따라갈 수가 없기에, 끈덕지게 따라붙는 무력감을 떨치기 어렵다. 무력감의 끝은 외로움, 절벽 같은 외로움이다. 오래전 각자 몫의 시메르를 눈여겨본 시인이 읊은 파리의 우울과 다르다 말할 수 있을까..._p66
_첫 음만으로 공기가 바뀐다. 과도한 열정은 위험해서 삶을 집어 삼키고, 기다림은 삶을 지레 소진시킨다. 삶이란 그 사이를 오가는지도. 결국 마지막에 원하는 건, 초록을 키우는 한 줌 햇빛, 바닷가 사진, 길이 든 찻주전자, 살랑이는 바람일지 모른다._p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