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박26일 치앙마이 불효자 투어
박민우 지음 / 박민우(도서출판)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_일흔을 넘은 어머니, 아버지가 과연 무사히 치앙마이까지 오실 수 있을까? 아 무슨 일이 있어도 해내셔야 한다. 너무 무모한 일을 벌인 건가? 벌써부터 막막하고 벌써부터 후회막심이다._p43

 

_아이고, 아버지, 그냥 좋다고 해도 누가 안 잡아가요. 그렇게 삐져나오는 웃음 안 참으셔도 돼요._p206

 

 

치앙마이로 단둘이 움직이셔야 하는 부모님에 대한 걱정으로 시작하는 이 여행에세이, <2526일 치앙마이 불효자 투어>는 거의 한 달 가까이 처음으로 부모님과 보내는 외국생활로 이뤄져 있다.

 

여행지를 같이 둘러보는 재미도 있었지만, 저자와 아버지, 아버지와 어머니, 저자와 어머니, 그리고 현지인들과의 소통 등이 이 책의 주인공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를 보며 본가의 깐깐한 우리네 어르신들을 생각하며 저자의 툴툴거림에 백퍼 공감하며 웃을 수 있었고, 멀리 와서도 가족들 챙기는 어머니를 보며 그 살아온 세월에 전화기를 들게 만들었다. 그리고 타지의 저자에서 그곳에 있었던 나를 찾아보게도 되었었다. 참 친절하더라는 말이 얼마나 와 닿던지...!

 

치앙마이를 그렇게나 많이 갔었지만, 이 책을 통해 만난 그 곳은 동남아에 머물 때 마다 엄마도 같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던 바로 그것이였다. 엄마의 불편한 다리와 심한 멀미 때문에, 나는 이루지 못한 꿈을, 박민우 저자는 이룬 듯하다.

 

어머니, 아버지 다시는 오지 맙시다하며 한숨 푹푹 쉬지만, 다음 여행이 기대되는 이 가족이 정말 아름답다. 우리네 부모님의 세월이 눈물겹다.

 

 

_이런 삶도 있구나. 이런 밤도 있구나.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뿌연 시야만큼 불확실한 밤이지만, 일찍 죽은 친구들은 모르는 세상이다. 어머니는 며칠 전 심장마비로 죽은 친구를 생각하신다. 다음 주 미스터 트롯도 태국에서 보게 되는구나. 어머니는 아이처럼 날짜를 센다. 숲속의 밤이 길기도 하고, 짧기도 하다._p128

 

 

_주인공이 되려면 무대 위로 올라오셔야죠. 빠이라는 무대에 서신 거예요. 세상 모든 조명이 아버지 정수리로만 내리쬐고 있는데 눈치 채셨나요? 가장 젊은 얼굴로 웃고 계신 건 아시는지요?_p137

 

_국수의 면발 사이로 햇빛이 침투한다. 그래서 뭐? 쌀국수의 김이 모락모락 풍경에 덧발라진다. 구름 한 겹, 김 한 겹, 두 개의 층이 시야을 흐릿하게 한다. 그 흐릿한 캔버스에 쌀국수 면발이 균열을 일으킨다. 태양과 산, 구름의 장엄함에 고작 쌀국수다._p198

 

 

_치매는 남 이야기가 아니다. 깜빡하는 어머니, 고집불통 아버지는 언제든 나를 몰라보실 수 있다. 최후의 순간은 죽음이고, 죽음 전엔 그 어떤 일들도 일어날 수 있다. 최후가 오기 전에 우린 조금 더 놀아봐야 한다. 놀아두어야 한다._p26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