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의 꽃향기 - 베네치아 푼타 델라 도가냐 미술관과 함께한 침묵의 고백 미술관에서의 하룻밤
레일라 슬리마니 지음, 이재형 옮김 / 뮤진트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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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진트리의 미술관에서의 하룻밤 시리즈, 5번째레일라 슬리마니 작가의 베네치아 푼타 델라 도가냐 미술관 이야기, <한밤중의 꽃향기>.

 

제대로 읽어본 것은 한 권밖에 없지만각 권의 안내글부터가 무척 인상 깊은 책들이라서 '다 탐독해야지하고 리스트업 해놓은 시리즈다여기에서 새 책이 나왔다고 하니 또 얼마나 두근두근 했었던지!

 

이번 주인공레일라 슬리마니 작가는 이 제안을 수락한 주요 이유에 갇힌다는 것이 주는 유혹 때문이었다고 하고 있다아무도 드나들 수 없는 공간에서 온전히 혼자만 있는 것에 대한 소설가의 환상...

 

하지만 그녀는 이 공간과 시간에서 혼자가 아니였다보수적이였던 아버지에 대한 기억들이 갑작스레 떠올랐고자신의 첫 소설 주인공인 아델의 육체가 함께 했고죽음과 작가들익숙한 유명인들이 스쳐지나간다.

 

 

무엇보다도 글쓰기가 업인 저자의 깊은 속내가 인상 깊었는데은둔과 고독고립에서 파생되는 글쓴이의 생각들이 힘을 가지고 나를 압도하는 느낌이여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미술관의 작품들이 단초가 되어 기억과 생각을 끄집어내어 글이 진행되지만 더 깊은 고찰로 자연스럽게 써내려가는 작가의 필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은이의 삶과 일인문예술까지 고루 즐길 수 있었던 뿌듯한 시간이였으며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던 미술관에서의 하룻밤 시리즈한 편이였다이렇게 그림을 즐기는 다른 방법을 또 배운다슬픔에 대한 언급에서는 한참 빠져있는 정호승님의 시들이 떠올라 문학작품을 완성하는 요소들에 대한 생각까지 닿아서개인적으로 기억에 많이 남는 독서가 될 것 같다.

 

적극 추천하고픈 도서다.

 

 

_글을 쓴다는 것은 곧 절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일상의 즐거움과 행복을 포기해야 한다치유하거나 마음을 달래려고 애쓰면 안 된다오히려 실험실 조수가 표본 병 속에 박테리아를 배양하듯 자신의 슬픔을 배양해야 한다._p12

 

_“그렇게 공손한 표정 짓지 마네 마음에 들고 널 감동시키는 그림을 향해 가라고.” 그 뒤로 나는 미술관을 여러 곳 방문할 기회가 있었고그때마다 그 친구의 조언을 실천에 옮기려고 애썼다._p51

 

 

_칠레 작가 로베르트 볼라뇨는 이렇게 말했다. “패배할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더라도 용기를 잃지 않고 싸움터에 나가는 것그것이 바로 문학이다.”_p65

 

_글을 쓴다는 것은 또한 확장하고 정복하겠다는그리고 세계와 타자미지의 것에 대한 꿈을 키우는 것을 의미한다성벽 뒤에서 살면 무관심해질 수 밖에 없다평화를 누리겠다는 것은 이기적인 환상에 불과하다._p75

 

_글을 쓰다 보면 타인들의 허약함과 결함이 좋아진다우리는 모두 혼자지만 우리는 모두 같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된다._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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