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마감식 : 내일은 완성할 거라는 착각 띵 시리즈 22
염승숙.윤고은 지음 / 세미콜론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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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마감이란 결국 다시 쓰고 고쳐 쓰면서자기 작품에 확신을 갖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그러므로 마감을 낸다는 건 완성된 초고를 몇 번이고 가다듬고 매만지는 행위이고아이러니하게도 그를 통해 거짓 없는 아름다움과 직면하려는 태세와 같다고도 생각해본다._p75

 

 

소설가의 마감식’ 이라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책의 주제는 바로 소설가 염승숙윤고은 작가의 글쓰기와 먹는 일에 관한 내용이다필연적으로 마감과 한 평생 같이하는 작가라는 직업그 중 소설을 쓰는 이들의 생활과 속내를 참 다른 색깔로 그려놓은 책이였다.

 

의식처럼 보이차를 마시면서 영감이 찾아들도록 내 몸의 환경을 만들기도 하고역시 최고의 마감식은 공복이라며 이런저런 스토리를 풀어놓는다아이와 함께 한 삶에서는 어쩔 수 없이빽빽이 물건이 들어선 식탁 한 켠이 작업공간이라며 탄식하는 소리도 들린다.

 

작업공간에 관한 기준들-음악분위기 등-, 마감식으로 고르는 치킨의 까다로운 옵션의 길고긴 선택사항들까지내가 글쓰는 업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공감지점들이 발견되는 부분들에서는 맞아,맞아’ 하면서 절로 고개가 끄덕여져서 혼자 키득대면서 빠져들었다.

 

 

글 시작에 넣은 마감’ 에 대한 변처럼 작가들특히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소설가들은 정말 존경스럽다계속 되풀이하는 퇴고 작업들엉덩이 무겁게 글을 쓰는 그 집요함과 끈기창작력...... 모두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만 들 뿐이다.

<내일은 완성될 거라는 착각으로 마감을 지키려고 애쓰는 두 작가의 일상은 우리네와 많이 다른 것 같지 않고 한 명의 생활인으로 느껴져서 인상적이였다책 속의 이 문단, “인생은 불완전한 초고와 같은 것고쳐 쓰고 다시 쓸 수 있다그 사실을 잊지 않고 을 향해 몇 번이고 나아간다어쩌면 그게 다다소설가가 사는 방식은그게 전부다.” 이 책은 내게 남을 것 같다.

 

이번 띵시리즈도 취향저격특별하지만 일상적인 두 소설가의 마감식에 대한 재미있는 엿보기였다.

 

 

_중요한 건 이거다소설을 쓰며 살아간다는 건 어쩌면 남들보다는 분명히 좀 더 오래조용히 앉아 있어야 하는 것나 홀로 집중하고깊이 몰두하는 시간을 필연적으로 가져야만 하는 직업적 특수성이 소설가에게 있다.

조용히 혼자 ’ 앉아 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마실 것이 필요하다._p31

 

 

_쓸고 닦는 것엔 집착하면서 정리 정돈은 왜 잘 못할까 고민하던 언젠가나는 토니 모리슨조차 평생 글쓰기 좋은 거대한 탁자를 갖고 싶어 했다는 말을 듣고 깊은 위안을 얻었던 기억이 난다._p54

 

_그래도 언젠가는 제대로 된 작업실을 만들어보고 싶은걸요좋아하는 차와 견과류도 잔뜩 쌓아놓고.... 뭐 그런 소소한 바람도 가져보면서._p99

 

_먹지 않고 할 수 있는 시절다시 말해 안 먹고도 살 수 있던 청춘은 이미 내 몸을 통과해 저 멀리 모퉁이를 돌아 지나가버렸다는 걸안 먹고 싶으면 안 먹을 수 있는 것도 젊은 날에만 누리는 특권이었다는 걸._p111

 

 

_냉장고나 책상이나 정리를 하지 않으면 뒤늦게 보물을 발견하고 탄식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공간이다주기적으로 관리해야 할 것은 냉장고만이 아니다책상도 마찬가지다특히 잘 관리해야 할 것은 내가 써둔 메모들이다._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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