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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의 기억 - 가든디자이너 오경아가 들려주는 정원인문기행 ㅣ 오경아의 정원학교 시리즈
오경아 지음 / 궁리 / 2022년 12월
평점 :
새삼스럽지만 요즘은 마음만 먹으면 책으로 아주 다양한 분야를 다 섭렵할 수 있다. 갑자기 이런 생각을 들었던 이유는 가든디자이너 오경아의 ‘정원의 기억’ 덕분이다.
정원인문기행이여서 인문학도서라고 할 수 있겠지만, 국내외 유명정원들의 역사들과 구조, 생태계 등을 접할 수 있어서 더 흥미로운 시간이였다. 특히 평소 관심 있었거나, 과거에 가보았었던 장소들 같은 경우에는 방문맵을 머릿속에 그려보거나 새롭게 기억을 재정비하는 경험을 했는데 알고 모름의 차이가 이렇게 크구나 싶었다.
특히, 벌써 10년이상의 세월이 지난 일본여행중에 방문했었던, 교토의 료안지 정원(용안사라고 하니 기억이 났다)편에서 그 생각이 더 커졌는데, 이 료안지 정원은 불교 종파 중 하나인 선종의 명상 수련법중 하나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것을 당시에 알았더라면 수련자의 입장에서 젠스타일의 기학적인 정원에 대한 감상을 더 깊게 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생겼다. 그리고 갈고리로 자갈에 물결을 매일 만들면서 들었을 몰아의 상태에 대한 상상도 한 번 해볼 수 있었을 것이다.
가보고 싶은 도시 바르셀로나의 구엘 파크와 가우디 건축물들, 과학적인 설계가 무척 흥미로워서 궁금해진 보길도, 부용동 정원의 세연정, 두 말 할 것 없는 프랑스, 베르사유 정원, 특히 프랑스 포말 정원 기행 추천경로는 저장각이다. 뜻밖에 내 흥미를 끌었던 세계 최대, 최고의 목련원, 태안, 천리포수목원, 볼 때 마다 부러운 맨해튼, 센트럴 파크, 그리고 환경보호와도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계속 연구적용중이였던 싱가포르의 가든스 바이 더 베이... 등등 개성 넘치는 생명과 가든의 역사, 미래까지 담겨져 있었다.
이 글 시작에 언급했었던 것처럼, 개인적으로는 각 정원의 역사는 물론이고 다양한 내용들을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였고, 여행리스트를 다시 쓸 수 있는 계기를 준 책이였다. 여행서로도 인문서로도 참 좋은 도서다(군데군데 들어가 있는 작가추천 가든여행지맵이 무척 유용해보인다).
_세연정은 조성 과정에 윤선도의 미적 감각과 영특한 계산이 잘 녹아 있는 정원입니다. 우선 ‘칠암’이라고 부르는 일곱 개의 묵직한 바위가 있던 곳을 좀 더 아늑한 연못으로 만들기 위해 계류 중간에 댐을 만들죠. 물을 가둬 일곱 개의 돌이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섬처럼 되게 하기 위해서였는데요._p160
_가든디자이너에게 가장 어려운 숙제는, 내가 만들고자 하는 정원의 주제를 어떻게 디자인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일 겁니다. 이건 즉 ‘주제’라는 정신적 세계를, 보여지는 형태로 만들어내는 일이기 때문에 정말 많은 훈련과 고민이 필요하죠._p204
_싱가포르는 ... 2030년까지 섬 전체의 50퍼센트를 자연 녹지 구역으로 만들 예정이라고 합니다. 어디에 살든 걸어서 10분 거리에 반드시 공원을 만날 수 있도록 하고, 새로 짓는 건물은 반드시 생태 기능을 갖도록 외벽에 수직의 정원을 조성해야 합니다. 또 모든 차량은 전기차로 바꾸고, 에너지의 80퍼센트 이상은 재생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계획.._p302
_... 이 시공팀은 지반을 다지는 과정에서 땅 전체에 일종의 필터 층을 만들어서, 정원에서 쓰이는 모든 물은 이 필터를 통해 순화되어 화장실 등에서 사용한 뒤, 다시 정화 과정을 거쳐 바다로 나가서 수질 오염이 없도록 했습니다._p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