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치는 할머니가 될래 - 인생 후반전에 만난 피아노를 향한 세레나데
이나가키 에미코 지음, 박정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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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곧 손가락이 곡을 외우게 될 거예요그러면 즐거워져요.”

...

곡을 기억하는 건 손가락이다.

듣고 보니 그랬다.

....

 

이것저것 염려하지 않고 편안하게 조금 틀려도 된다는 생각으로 반복하면 되지 않을까그러다 보면 언젠가 손가락이 기억한다그러면 편하게 칠 수 있게 된다분명히.

 

그리고 정말로 기적이 일어났다모든 게 변했다.

그렇게 서툴렀던 왼손 운지가 가볍게 스르륵 이루어졌다.

여전히 실수는 많았지만 손가락을 믿고 담담하게 흘려보내며 치자어느새 머리로 생각하기에 앞서 손가락이 알아서 이동하는 게 아닌가._p62

 

 

우리가 무엇인가를 배운다는 것은 바로 이런 순간을 위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특히 악기나 운동기기 다루는 것은 더 그런 것 같다몸으로 익혀져서 의식하기 전에 절로 나오는 상태...

 

2016년 50세에 퇴사를 하고 이 즐거움에 빠진 이가 이 에세이의 저자이다초등학생 때 잠깐 접했던 것이 전부였던 피아노를 40년 만에 다시 시작하면서 느끼고 깨달은 것들을 촘촘히 나누고 있었는데공감되는 부분들이 많아서 끄덕끄덕 하면서 술술 읽을 수 있었다.

 

최근 줌으로 배우기 시작한 악기가 있어서 더 감정이입이 되었던 것 같다저자처럼 문득 어렸을 때 배웠던 피아노가 다시 하고 싶었지만 본가의 덩치 큰 녀석을 가지고 오기 버거웠던 찰나에줌으로 하는 우쿨렐레 수업이 생겨서 참여하게 되었다나이 넘어서 배우는 모든 것들은 이 책의 경우처럼 노년으로 연결되는 것 같다지금 배워서 할머니가 돼서도 이어가고 싶다그런 바램들....

 

 

이런 속마음들이 아주 잘 들어있는 에세이 이기도 하다아직은 먹고사는 문제에서 자유롭지는 못하지만 놓치기 싫은 일상의 풍요로움은 이런 활동과 시간의 내공 속에 있다꾸준함으로 이뤄낸 집중의 시간이 감동적이였던 삶에 대한 사랑고백이기도 한 글이였다.

 

나도 언젠가 이런 느낌으로 책 한 권에 뚝딱 털어 넣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참 멋지다.

 

 

_하지만 걸리는 부분을 인내심 있게 몇 번이고 반복하다 보니 어느 순간 불현 듯 오호?’ 하는 순간이 왔다.

 

지금 소리뭐지완전 멋지잖아그 소리는 마치 신이 보낸 선물 같았다땡전 한 푼 안 나오는 피아노 앞에서 홀로 격투를 벌이던 중년 여성을신은 분명히 지켜보고 계셨다._p115

 

_'몸 전체를 의식하며 조화롭게 움직이는 것이 바로 피아노 연주의 질과 안정성에 영향을 미친다아니 결정한다.‘_p175

 

 

_연주자가 누구고나이가 몇이고실력이 어떻든 피아노를 치는 데에는 분명히 의미가 있다아무리 힘겨운 인생을 살아도 피아노를 통해서 자기 내면에 숨은 뜻밖의 아름다움을 마주할 수 있다그리고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에게도 저마다의 아름다움이 있음을 믿게 된다그 사실로도 충분한 인생이 아닌가._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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